“한국의 IT를 이용해 세계적인 명품 헬기를 선보이겠습니다. 아직 완성 전인데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항공우주 분야 이벤트가 줄줄이 열린다. 7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우주발사체가 발사되고 비슷한 시기 우리 기술진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진 한국형기동헬기(KHP) 출고식도 열린다. KHP사업을 총괄 지휘하는 이국범 KHP사업단장은 KHP 성능에 강한 자신감을 보인다.
이 단장은 “KHP는 손을 떼고도 운전할 수 있는 자동비행장치(AFCS) 기능, 안전성을 높인 4축 조종 장치, 전선줄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3차원 내비게이션, 적 미사일 감지 시 자동으로 대응하는 시스템 등 최첨단 기능을 구비했다”고 강조했다. 조종사 생존을 높이는 생존 설계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이 단장은 귀띔했다.
헬기를 처음 만들다 보니 설계, 해석 등은 기술파트너사인 유로콥터에 의존했지만 핵심부품은 상당수 국산화해 적용했다. 통신 및 생존장비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엔진·모터·트랜스미션 등 핵심 부품은 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을 담당했다.
주요 구성품 97개 가운데 70개가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어진다. 이 단장은 “현재 우리 헬기 기술은 선진국 대비 60% 정도지만 사업이 종료되는 2012년에는 80% 수준으로 높아져 독자적인 헬기생산 개발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며 “이를 기반으로 전투 헬기, 민수 헬기 등 다양한 파생형 헬기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HP사업은 자주 국방을 목적으로 추진됐지만, 최첨단 기술 확보, 헬기 수출이라는 적지 않은 부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리 IT가 접목되고 제조 경쟁력이 더해지면서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헬기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미 세계 각국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단장은 “기술 파트너사인 유로콥터에서 가능성을 보고 헬기 수출을 위한 합작 회사 설립까지 제안한 상태”라며 “로열티 일부를 수출 시 받겠다고 얘기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헬기 시장은 5대 메이저 기업이 90%를 점유하고 있지만 기동헬기 분야에서는 우리 제품이 향후 20년간 1000대로 추산되는 시장에서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제품 성능은 물론이고 뛰어난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의 자주 국방 사업은 ‘돈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고무줄처럼 늘어났던 것이 사실이다.
이국범 단장은 아예 수출까지 고려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방 사업에서는 처음으로 양산단가관리 기법을 도입, 예산을 철저히 지켜나가고 있다. 이 단장은 “양산단가관리 기법으로 당초 사업 예산(1조3000억원)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며 개발 기간도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며 “이 노하우를 다른 국방 사업에도 전파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3600여명의 헬기 개발인력을 확보했다”며 “이러한 인력은 항공우주 산업의 큰 자산이며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HP는 오는 7월 첫 출고식을 거쳐 올해 말까지는 지상테스트를 완료할 예정이다. 2010년 3월 비행테스트를 시작, 오는 2012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각군에 배치된다. 지난해 7월 1일부로 KHP사업단장에 취임한 이국범 단장은 육사 30기로 임관해 육군 전력 증강 분야에서 상당 기간 근무했다. 방위 사업청 사업관리본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탁자에 놓인 KHP 모형을 둘러보는 이 단장은 “정작 헬기는 30사단장 시절 몇 차례 탄 것이 전부”라면서도 “KHP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어진 헬기가 세계 각국 창공을 비행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