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역군, 전문계고가 다시 뛴다] ①기술인력 요람으로

국제통상·금융정보·인터넷 비즈니스 분야의 특성화 전문계고로 지정된 서울여상이 외부 강사를 초청해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국제통상·금융정보·인터넷 비즈니스 분야의 특성화 전문계고로 지정된 서울여상이 외부 강사를 초청해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정부부처 특성화고 육성사업 현황

 80년대 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과 농업, 수산업 분야에 기술 및 실무 인재를 배출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던 전문계고. 학벌 만능주의, 심각한 차별, 그리고 기업 요구와 동떨어진 교육 등으로 전문계고 졸업자들은 산업현장으로 못나가고 대부분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고졸 전문인력이 없어서 극심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자신문은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과 함께 ‘다시 뛰는 전문계고’시리즈를 진행한다. 새로운 산업인력 산실로 발돋음하는 특성화 전문계고를 소개하고, 효과적인 인력양성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올해 한양공업고등학교 전자과를 졸업한 승영민 군은 현재 금융사무기기, 버스운영시스템, 감시시스템 등을 제조해온 이티엠의 어엿한 신입사원이다. 한양공업고등학교는 중소기업청 전문계고 특성화사업 지원을 통해 첨단복합기계, 지능형로봇, 전자 분야로 특화했다.

 승영민 군은 “특성화고 진학을 통해 졸업후 곧 바로 취업해 사회 진출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며 “대학 졸업해도 취직이 잘 안되는 만큼 진학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명규 이티엠 사장은 “승영민군이 성실하게 일을 잘 해줘 학교에 고마울 따름”이라며 “중소기업 입장으로서는 이러한 특성화고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화답했다.

 전문계고가 변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전문계고는 천편 일률적인 교육과정으로 기업체로부터도 외면당하고 당초 취지와 다른 높은 대학 진학률로 사회전체적으로 과잉학력 사회라는 부작용의 원인으로도 지적돼 온 것이 사실이다. 전문계고 설립 취지가 흔들리면서, 국내 중소제조업은 심각한 인력난에 처했다. 중소제조업 부족인력은 지난 2006년 8만7000명에서 2007년은 9만명으로 확대됐다. 청년 실업자는 넘쳐나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력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정부의 특성화 전문계고 육성사업이다. 학교는 특정 수요분야를 겨냥, 맞춤형 커리큘럼과 실습환경을 만들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형태다. 현재 정부부처가 지원하는 특성화고는 국방부(10개교), 문화체육부(2개교), 농림수산식품부(19개교), 특허청(4개교), 중소기업청·노동부(71개교) 등 총 106개교에 이른다. 700개 전체 전문계교의 15%가 특성화 고교로 지정됐다.

 가장 많은 특성화고 지원을 맡은 중소기업청은 제조 분야 및 IT, 조선, 화학, 철강, 전자, 반도체 등의 수요분야에 필요한 기술인력을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사업 첫해인 지난해 서울대 및 한성대에 의뢰하여 총 66개 전문계고에 특성화 컨설팅을 실시, 특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교과부·산업체 지원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해 1차년도 사업 결과 기업·전문계고간 산학협력협약체결건수가 1172건에 이르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조종래 중소기업청 인력지원과장은 “이러한 특성화고 취지 및 성과가 알려지면서 올해 서울지역 특성화 전문계고 신입생 내신성적이 일반 전문계고에 비해서 크게 높고 경쟁률도 1.78대 1로 일반전문계고(1.02:1)를 상회했다”며 “재학생 만족도 역시 특성화고가 일반 전문계고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청은 올해 특성화고 사업을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지방중소기업청을 중심으로 각 지역소재의 전문계고와 지역 중소기업, 지자체 등과의 연계를 지원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조 과장은 “전문계고가 제자리를 찾아야 국내 제조업 기반이 탄탄해지는 것은 물론 학력과잉으로 인한 사회 낭비 등을 방지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회적으로도 기술인력이 대우받고 언제든지 필요시에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갖추는 등 사회적인 시스템 변화가 꼭 함께 수반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