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 있는 중요한 파일을 아무나 보지 못하도록 암호를 걸었다면, 또 인터넷뱅킹을 할 때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했다면, ‘암호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암호 기술이 대표적인 전력낭비 제품이라는 것은 대부분 알지 못한다. 사실 암호 기술이 전력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복잡한 수학적 연산과정이 많아 처리 과정에서 전력을 많이 소비한다.
환경을 생각한다고 중요한 정보가 유출되도록 방치해 놓을 수는 없는 일. 다행히도 해답은 있다. 암호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전기를 보다 적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저전력·초경량 암호 프로그램이다. 암호 기술은 정보보호 기술의 기본으로 대부분의 정보보호 제품이나 서비스는 물론 일반 소프트웨어(SW) 제품까지 들어가 있다. 초경량 암호 기술을 통해 전력낭비를 줄일 경우 상당한 ‘그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저전력초경량 암호기술로 연간 탄소 3만 6000톤을 줄인다=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국가보안연구소, 고려대학교는 공동 연구를 통해 경량화된 64비트 블록암호 알고리듬 HIGHT(HIGh security and lightweigHT)를 개발한 바 있다.
이를 적용할 경우 전력은 5∼15%가 줄어들고 논리회로 갯수도 40% 밖에 들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암호기술인 RSA, AES, SHA1의 알고리즘의 전력 소비를 50% 이상 개선한 경량 암호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기술을 PC나 웹사이트, 인터넷전화, RFID 등에 적용할 경우 연간 절감할 수 있는 탄소량은 3만 6710톤에 이른다. 3000㏄ 자동차를 1m 운전했을 때 배출하는 탄소량이 0.28g이라는사실을 비교해 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치다.
인터넷전화에서 경량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다면 연간 1만 3979톤의 탄소 배출 절감과 28억원의 전력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터넷전화 회선이 1200만 회선 정도 되며, 각 회선에서 월평균 4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는 가정 아래서다. 월평균 4시간 통화를 하면 연간 1억 7280만건의 암호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RFID/USN에 경량 암호기술을 적용하면 연간 1만 2211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2006년 기준 산업에 공급된 태그는 37억개이며 이중 암호 기술이 들어간 태그는 약 80%인 30억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계산한 수치다.
국내 보급된 PC 등에 경량 암호기술 적용하면 연간 3460톤의 탄소 배출 절감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할 때 암호화된 프로그램을 이용해 로그인을 한다고 가정해 보면 이러한 계산이 나온다.
정보보호서비스·제품, SSL 보안통신에 경량 암호기술 적용하면 연간 7060톤의 탄소 배출 절감 효과를 얻게 된다. 특히 보안제품 전체 매출의 8% 정도를 차지하는 DB·콘텐츠 보안제품은 연간 1122만㎾의 전력 절감할 수 있다.
◇기술개발, 보급 절실=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저전력·경량 암호기술 개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또한 국제 표준화도 추진되고 있다.
전력 절감 기술 뿐 아니라 최적화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다. 암호기술을 최적화되지 않은 상태로 구현하는 경우, 필요 이상의 부가적인 전력 소비가 증가해 환경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초경량 암호기술은 물론 기존 암호기술도 최적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암호기술 이용 과정에서의 전력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암호기술의 최적화 구현 방안을 개발하고 암호기술의 최적화 구현 방안에 따른 적합성 검증 기준도 내놓아야 한다.
곳곳에서 경량 암호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나 보안 제품이나 소프트웨어 제품에서 이를 채택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확산을 위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황중연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은 “올해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녹색성장을 위한 그린시큐리티를 확산시키는 것”이라며 “생활 속에서 전력절감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보보호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