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인을 찾아서] 홍재철 퍼페타 대표

[디지털 장인을 찾아서] 홍재철 퍼페타 대표

 오는 8월 개봉 예정인 조승우·수애 주연의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명성황후와 무사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배경은 조선시대지만 결투 장면은 마치 ‘캐러비안의 해적’을 연상케 할 만큼 화려하다.

 홍재철 퍼페타 대표(40)는 디지털액터·퀄로스 등 각종 컴퓨터그래픽(CG)기술을 이용해 이 장면들의 연출을 주도하고 있다.

 홍 사장은 이 업계에선 유명인사다. 세계 최고의 CG전문 회사인 ILM에 입사해 ‘캐러비안의 해적’ ‘트랜스포머’ ‘아이언맨’ 등 대작 영화의 주요 장면 CG를 연출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CG전공자들에겐 꿈의 직장인 ILM을 그만두고 한국에 와 국내 CG업체인 FX기어와 함께 일한 지 8개월.

 그는 “한국의 PD·작가·감독들이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도 CG기술 부족으로 엄두를 못 내는 것을 보면서 내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한국을 할리우드 영화의 CG를 담당하는 기지로 만들고 싶었다”며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홍 사장이 창업하면서 본보기로 삼은 곳은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해진 뉴질랜드의 웨타스튜디오. 조그맣고 어렵게 시작했지만 실력으로 승부해 세계적인 CG 전초기지가 됐다는 점에서다.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CG에 참여한 홍 사장이지만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여느 작품보다 특별하고 부담스럽다. 한 영화의 CG전반을 총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영화 한 부분의 인력으로 일했지만, CG 전체를 총괄할 수 있을 지를 검증 받는 기회라서 책임이 더욱 큽니다. 처음엔 할리우드식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한국식 모델과 절충해가며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 영화에 CG가 들어가는 장면은 450샷. 웬만한 블록버스터급 영화도 400샷을 넘지 않는 것과 비교해도 상당히 많은 분량이다.

 보름달이 비치는 물 위에 떠 있는 나룻배에서 두 무사가 허공과 물을 가르며 화려한 결투를 하는 장면은 언뜻 봐서는 어떤 장면에 CG가 쓰였는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홍재철 사장은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에게 ‘뭐가 CG지?’ 하는 소리를 듣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오는 8월이면 홍 사장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준비 중인 신작 영화의 CG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CG 기술을 비교하자면 현재 실력은 우리가 할리우드에 비해 부족합니다. 하지만, 작업자 개인이 가진 자질이나 잠재력은 할리우드 스태프보다 훨씬 뛰어나기에 경험이 쌓이면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거라 믿습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