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이라면 코스를 감상하며 코스 공략법을 구상하면서 라운딩을 한다. 올해에는 스코어도 중요하지만 골프 코스를 즐기며 플레이하기를 바라면서 국내에 소재한 명품 코스를 알아보자. 생존해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프 코스 설계자들을 꼽으라면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와 위슬링 스트레이츠를 설계한 피트 다이, 페블비치 내에 있는 스패니시 베이와 파피 힐스를 설계한 로버트 트렌트 존스 2세, 오하이오주 컬럼버스 뮤어필드 빌리지의 잭 니클라우스, LA 근교 로스트 캐년과 펠리컨 힐스의 톰 파지오, 오리건주의 자랑인 퍼시픽 듄스의 톰 도크를 꼽을 수 있다.
이렇듯 유명한 골프 코스 설계자들의 작품을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로버트 트렌트 존스 2세의 작품으로는 용평과 오크밸리를 꼽을 수 있고 또 안양 베네스트도 그가 새단장을 주도했다.
로버트 트렌트 존스 2세의 설계 특징은 페어웨이는 널찍하지만 그린을 엘리베이티드 그린으로 만들고 깊은 벙커로 그린을 감싸는 것이다. 드라이브 샷을 때릴 때는 시원한 느낌을 주지만 세컨드 샷으로 공략할 때는 상당한 무리가 따르도록 설계돼 있다. 그린 주위에 볼을 떨구고 어찌어찌 해서 파를 잡아내는 이른바 ‘물싱글’들이 무척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보기 플레이어에게는 후하다. 그린을 직접 노리지만 않는다면 웬만한 미스 샷은 다 받아준다.
피트 다이 본인이 직접 설계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맥을 잇는 맏아들 페리 다이가 이끄는 다이 디자인이 설계한 코스는 국내에 꽤 여럿이 있다. 제주도 파라다이스, 우정힐스, 비전힐스 등이 다이 디자인의 작품이다. 피트 다이 코스의 특징은 거리가 길고 ‘모 아니면 도’ 스타일로 돼 있다. 특히 17번 홀은 거의 예외 없이 파3 아일랜드 그린이다. 조금 짧거나 길면 바로 연못 행이다. 국내에 있는 다이 스타일 코스는 80대 초반 골퍼들에게는 인기가 있지만 보기 플레이어에게는 조금 힘겹다. 5스트로크 혹은 10스트로크를 더 치는 일이 다반사다. 고수가 하수 데려다가 지갑털이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미국보다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로널드 프림은 코스의 아름다움과 영웅적인 도전이 무엇인지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제주 나인브리지와 용평에 새로 선보인 버치힐 코스를 설계한 그는 아시아나CC도 설계했다. 세 코스의 이름만 들어도 로널드 프림의 코스 설계 사상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최대한 자연친화적으로 코스를 세트업하는 것은 물론이고 굴곡이 많은 까다로운 그린과 언듈레이션이 많은 페어웨이를 조성하는 그의 코스는 싱글 핸디캡 골퍼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골프의 황제로 불리는 잭 니클라우스의 코스는 메이저 대회를 유치할 정도로 좋은 평판을 얻고 있지만 국내에는 평창의 피닉스파크, 가평 베네스트뿐이다. 그의 코스는 전략 없이 대드는 골퍼에게는 어떻게든 응징한다는 철학이 있다. 실력도 없이 욕심내는 골퍼에게는 더블 파를, 겸손한 보기 플레이어에게는 보기를 선물하는 잭 니클라우스의 코스는 신상필벌이 확실하다는 즐거움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톰 파지오와 톰 도크의 코스를 국내에서 만나볼 수 없다는 것이다. 풍문에 의하면 톰 파지오 코스가 곧 한국에도 생긴다고 하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