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를 보면 나뭇꾼은 벌목을 생각하지만, 공포영화를 봤던 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빗자루를 보면 나는 청소를 생각하지만 어린 아이들은 해리포터처럼 타고 논다. 내가 보아왔던 대로,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본다.
보기만 하지 않고 미래를 좌우한다.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망치로 해결하려 하고, 재무담당 출신은 모든 문제를 재무적 사고로 해결하려 든다. 각자의 경험이 미래를 만든다. 이런 각각의 경험이 어우러져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이 생기고 가능성이 열린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나오는 대사 중에 ‘판단은 판사가 하고, 변명은 변호사가 하고, 용서는 목사가 하고, 형사는 무조건 잡는 거야’라는 대목이 있다. 이렇게 자기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 이목에 연연해하고 평가에 휘둘려서 내 목소리도 못 내고, 남 목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하는 어설픈 삶이 아니어야 한다.
이 세상에 유일하게 누구와도 다른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은 권리이자, 책임이다. 내 유일한 목소리를 찾자. 한 구멍을 깊게 파다 보면 구멍 입구도 넓어진다. 자리를 넓게 잡고 언제 다 파나 엄두를 못 내는 것보다, 좁을지언정 깊게 파면 입구도 어느 새 넓어진다. 인정받지 못한 사람은 남도 인정하지 못한다. 다양한 관점을 들을 수 있는 귀도 열려 있어야 하지만 나만의 관점을 말할 수 있는 입도 열려 있어야 한다.
양말 갈아 신듯 하루아침에 자기 주장이 바뀌고, 깃발 펄럭거리듯 휘둘리면 이도저도 안 된다. 북한의 매스게임처럼 모두 일률적으로 똑같은 것도 웅장하지만 기러기 떼들처럼 서로 다른 날갯짓으로 서로를 보완해주는 것도 시너지를 낸다. 가야 할 방향이 정해지면, 제각각 다양한 날갯짓으로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