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수십년간 문과 이과로 나눠져 교육해 온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 각계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회장 윤종용) 융합기술촉진위원회(위원장 박영준)는 최근 내놓은 ‘기술융합촉진을 위한 교육 및 제도개선’ 보고서에서 융복합기술 발전을 위해 문·이과 구분의 폐지와 대학 커리큘럼의 정비 등 교육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융합학문의 영역은 끝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지만, 독립적인 세부기술들을 한데 묶어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교육·연구 환경·제도 등 많은 부분에서 극복해야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며 “정부 R&D 정책뿐만 아니라 대학 학문의 벽, 대학 전 교육의 문과·이과 벽 허물기 등의 교육 및 제도개선에서 융합기술촉진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문과와 이과 구분의 점진적 폐지를 제안했다. 대신 이공계 학과를 지원할 경우 고등학교에서 선택 이수한 과학교과 분류 내에서 선택하는 것을 권장했다. 또 학부에서는 일반과학 과목 및 전공교과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가진 학생을 배출하도록 함으로써 미래 융합연구를 위한 기반을 다져줘야 한다고 밝혔다.
통섭학자로 잘 알려진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수년전부터 “세계에서 한국만 고등학생을 문과, 이과로 나누어 교육시킨다. (학문융합을 위해) 문과 이과의 장벽부터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역시 융합학문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전공과 관계없이 선발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를 잇달아 신설했다. 자유전공학부는 올해 서울대 등 27개 대학이 운영하고 있다. 건국대는 2011년 입학사정관 전형부터 문과와 이과 등 계열 구분 없이 학생을 선발하기로 했다.
반면 교육과학기술부는 공식적으로는 문·이과가 이미 폐지됐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된 7차 교과과정 개편부터 문·이과라는 구분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등학생들은 1학년에 공통과목을 끝내고, 2학년부터는 선택과목 중에서 골라 들으면 된다.
김차동 교과부 인재정책실장은 “문·이과 폐지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없기 때문에 표현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 좀 더 효율적으로 하다보니까 과정상에서 나온 말이 문·이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학문간 융합 등의 원칙은 강조하고 있지만, (문이과 폐지를 위한)프로젝트 등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문과와 이과의 구분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학교가 다양한 선택과목을 모두 가르치기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이미 수십년간 시행해 온 문·이과 구분 교육이 학교와 학생들에게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