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넷북, 경기회복이 껄끄럽다

[글로벌 리포트]넷북, 경기회복이 껄끄럽다

 올 1분기 PC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대박을 터뜨린 넷북의 운명이 갈림길에 놓였다. 당분간 넷북의 인기는 식지 않겠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넷북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고성능을 제공하는 저가형 노트북PC들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주요 PC 업체들이 보급형 노트북PC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면서 아예 넷북과 일반 노트북PC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양상이다.

 ◇시장이 살면 넷북은 죽는다(?)=지난해 넷북은 시장 개화 첫해 전년 대비 무려 20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PC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들이 감지되면서 이 같은 영화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이서플라이 매튜 윌킨스 컴퓨터플랫폼 수석 애널리스트는 넷북 성장률이 내년에 39.6%로 올해 68.5%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오는 2013년에는 13.1% 성장에 그쳐 이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다. 윌킨스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회복되면 합리적인 가격에 넷북에 비해 우수한 기능을 갖춘 노트북PC들이 선택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트북PC·넷북 경계가 사라진다=넷북을 위협하는 것은 가격·크기·기능에 있어 넷북과 프로세서 외에 별 차이가 없는 저가형 노트북PC들이다. 이들 제품은 내장 CD 드라이브가 없고 비디오 편집이나 고사양 그래픽 게임 등을 즐기기엔 한계가 있지만 이 외에는 별다른 불편이 없다.

 HP가 이달 출시한 12.1인치짜리 노트북PC ‘파빌리온dv2’(699달러)는 비슷한 기능을 갖춘 이전 제품보다 가격을 200달러나 낮췄다. 델의 12인치 저가형 노트북PC ‘인스피론미니12’는 불과 399달러에 팔린다.

 에이서가 선보인 ‘어스파이어 타임라인’ 울트라신 노트북PC는 799달러면 살 수 있다.

 가격과 함께 성능도 업그레이드한다. 도시바는 올 연말 하드 드라이브 등의 성능을 개선한 신형 저가형 노트북PC를 출시할 계획이다.

 ◇진화하는 넷북=이 같은 위협 속에 넷북 진영도 ‘가격은 기본’에 기능까지 업그레이드된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 중이다.

 인텔은 7∼8.9인치 크기의 기존 넷북 디스플레이 대신 10인치 화면에서도 고선명 동영상 등을 볼 수 있도록 넷북용 실리콘 플랫폼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엔비디아도 최근 인텔 아톰칩과 지포스(GeForce)9400M 그래픽 칩세트가 결합된 아이온(ION)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 플랫폼은 넷북의 그래픽 성능을 대폭 향상시켜준다.

 ◇연중 바겐세일, 수익엔 악영향=이같은 넷북과 보급형 노트북PC의 경쟁 속에 일년 내내 가격 인하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 2월 평균 노트북PC 판매 가격은 671달러로 전년 864달러보다 무려 200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스티븐 베이커 NPD그룹 애널리스트는 “기록적인 하락세”라며 “PC제조업체들이 가격 하락 마지노선을 향해 달리면서 올해 추가로 10% 이상의 노트북PC 평균 가격 인하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 결국 인텔 등 칩 업체와 PC제조업체, 운용체계(OS)를 공급하는 업체 모두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