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가 일부 제품군을 중심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씨게이트·히타치 등 수입업체가 공급하는 80∼160GB급 2.5인치 제품은 이미 유통가에서 재고물량까지 동났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분기 들어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HDD를 탑재한 소비자가전(CE) 수요가 확대되면서 2.5인치와 3.5인치 HDD 제품이 대부분 부족한 상태다.
최근 HDD를 탑재한 소비자가전 수요가 늘었지만 HDD 제조사가 글로벌 경기침체를 우려해 지난해부터 전체 생산물량에서 10%가량 감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넷북 열풍’으로 공급사들이 그나마 보유한 소용량 재고물량을 미리 공급하면서 HDD 시장이 전반적인 수급불균형에 직면했다.
업계는 올해 국내 HDD 시장 총수요를 1400만대 규모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20%인 280만대 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만 PC·IT기기 제조사가 주문한 160GB급 2.5인치 제품의 절반가량이 공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수요에 대비해야 하는 수입업체와 공급사는 재고 확보에 엄두조차 못 내는 상황이다.
최용돈 피씨디렉트 상무는 “대부분 제조사가 불황을 이유로 지난해 감산에 들어갔고 OEM 물량에 집중하면서 수입사의 제품 확보는 더욱 어렵게 됐다”며 “수급불균형은 이달 들어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업계 전체적인 문제라서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씨게이트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피씨디렉트는 2분기 HDD 시장이 성수기에 들어섰지만 아직도 공급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국내에 월 평균 30만대 이상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물량 부족을 겪으면서 대형 공급사 위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과 히타치GST 역시 하반기 물량 확보를 위해 본사에 제품 선적을 요청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시장에서 HDD를 구입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용산의 HDD 전문유통채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2.5인치 제품은 입고되는 즉시 팔리고 있다. 일부 외장하드 제조사는 웃돈을 주고 제품을 구입하거나 선급금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실정이다.
HDD 수급불균형은 지난해까지 내리막이었던 시장의 공급가격도 올려놓았다. 80∼160GB급 2.5인치 제품은 올해 들어 평균 10%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신동민 히타치GST 사장은 “지난해 각 제조사가 올해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고 보수적으로 생산해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너무 달랐다”며 “소비자가전을 중심으로 HDD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이 같은 수급불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