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CVD, 특정 외산장비가 독식

복수공급사 관행 깨고 싹쓸이∙∙∙후방산업 기술 국산화 시급

 발광다이오드(LED)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삼성LED를 비롯한 국내 칩 메이커들의 양산 투자가 잇따른 가운데 핵심 공정장비인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시장을 해외 업체들이 모조리 독식하는 추세다. 복수 공급사 구조의 일반적인 구매 관행과 달리 심지어 단일 해외 업체가 특정 칩 업체의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아직 양산성을 확보한 국산 장비가 없다고는 하나, 신성장동력인 LED 시장에서 후방 장비산업군의 해외 의존도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외산 일색=에피밸리(대표 장훈철)는 연내 MOCVD 장비 5대를 추가 도입키로 하고, 최근 독일 엑시트론에 전량 발주했다. 이에 앞서 국내 최대 LED 칩·패키징 업체로 출범한 삼성LED(대표 김재욱)는 올해에만 총 40대 가량의 MOCVD를 도입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키로 하고, 우선 20대를 엑시트론사에 발주했다. 나머지 발주 물량도 모두 엑시트론이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대표 허영호)도 올해 15대 안팎의 MOCVD를 신규 도입키로 하고, 비코에 발주하기 시작했다. 서울반도체의 자회사이자 LED 칩 업체인 서울옵토디바이스(대표 오명석)도 한 외산 장비업체의 MOCVD를 구매키로 하고 발주하는 등 갈수록 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MOCVD, 온리 원 벤더=비록 국산 장비가 없다곤 하나 LED MOCVD 시장에만 이미 ‘단일’ 공급사 구조가 굳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외산 장비라도 복수 공급사 체계를 두는 게 일반적인 구매 관행이기 때문이다. 삼성LED는 엑시트론, LG이노텍은 비코로 뚜렷하게 구분됐다. 나머지 칩 전문업체들도 특정 외산 장비만 고집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사도 최근 MOCVD 양산 장비를 개발했지만 이같은 단일 공급 체제 속에 아직 수주 물량이 없다. 심지어 삼성LED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MOCVD 증설 투자에 나설 당시 비코로부터 견적조차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멀티 벤더(복수 공급사) 전략이 적어도 LED MOCVD쪽에서 예외인 것이 사실”이라며 “가격 협상 등에서 훨씬 유리할 수 있음에도 아직 구매선을 다변화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산화에 관심 돌려야=마치 ‘짝짓기’에 비유되는 국내 LED 칩 업체와 외산 장비 업체의 밀월 관계는 생산 라인의 엔지니어들이 오랫동안 특정 장비에 익숙했던 현실적 이유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라인을 돌려 제품을 양산하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자칫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신규 장비 도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자칫 문책이 떨어질 일을 피하려는 것이다. 구매선 다변화도 못하는 처지에 국내 협력사들과 함께 MOCVD 장비 국산화는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나마 LG이노텍이 장비 전문업체인 에이디피엔지니어링과 이제 막 MOCVD 공동 개발을 시작하는 정도다. 국내 장비업체 관계자는 “언제까지 특정 외산 장비가 시장을 독식할 수 있겠느냐”면서 “칩 업체들이 관심과 지원을 쏟는다면 적어도 내년 정도면 양산성을 갖춘 국산 장비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이동인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