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쥐’를 두고 케이블TV와 IPTV가 한판 붙었다. 예고편 및 박찬욱 감독의 전작을 경쟁 편성하고 영화를 활용한 프로모션도 각자 벌였다. 향후 치열해질 콘텐츠 확보 싸움의 예고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 IPTV 서비스인 ‘쿡 TV’는 지난달 30일 영화 ‘박쥐’의 개봉에 맞춰 스페셜 영상을 미리 공개하고 박 감독의 전작들을 특별 편성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뱀파이어가 주제인 박쥐는 송강호의 충격 노출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기대작이다. 개봉 첫 날 18만여명을 동원하는 저력을 보였다. 쿡 TV는 개봉날에 스페셜 하이라이트를 독점 제공해 바람잡이를 한 다음, 매체로선 특이하게 인터뷰 동영상을 풀버전으로 제공했다.
케이블도 박쥐에 주목했다. 온미디어 계열 수퍼액션은 ‘반헬싱’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 등 총 8편의 뱀파이어 영화를 2일부터 3일 오전까지 18시간에 걸쳐 연속 방영했다. 정작 영화 박쥐에 대한 소개는 없지만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이용, ‘박쥐=케이블’이라는 등식을 심어주는 데 주력하는 느낌이었다.
둘 모두 단순 흥행 프로모션이었지만 안에 담긴 함의는 컸다는 분석이다. 향후 벌어질 플랫폼 간 경쟁을 박쥐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는 평이 많았다.
영화 방영권을 미리 따낸 뒤 자연스럽게 콘텐츠 플랫폼 주도권을 잡아가는 ‘비포 콘텐츠(Before Contents) 마케팅’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예측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개봉 2주∼3주 전부터 ‘특정 영화는 우리를 통해서 밖에 볼 수 없다’는 은근한 암시를 흘려 관람객을 안방 시청자로 자연스럽게 묶으려는 전략이 공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콘텐츠 확보 노력과 함께 포장 기술이 승리의 주요 키워드로 등극할 것이라는 예견이다.
특히 1차전이 박쥐를 통해 공개된 만큼 2차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조만간 개봉될 마더(봉준호), 스타트렉, 엑스맨,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등에서는 케이블과 IPTV간 머리싸움이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다량의 콘텐츠 확보가 플랫폼 승리의 지름길이었지만 다매체 시대엔 유효 마케팅이 필수”라며 “IPTV업계 전열이 정비되는 3분기 이후엔 진검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