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팬이 해답이다’
‘대박’ 신화는 못 만들어냈어도 소규모 마니아 이용자를 기반으로 독립 제작사의 생존 조건을 제시한 게임 업체가 화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특한 그래픽과 아이디어로 마니아 팬을 끌어모으는 미 인디게임 개발업체 ‘플래시뱅스튜디오’를 소개했다.
플래시뱅스튜디오는 ‘젯팩 브론토사우루스’처럼 조작이 간편하면서도 그래픽이 독특한 무료 게임을 8주마다 한 편씩 선보이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이 회사가 지난주 새롭게 선보인 ‘페이퍼문’ 역시 흑백 배경에 만화 캐릭터를 등장시킨 어드벤처 게임으로 기존 게임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회사의 사업 모델이다. 이 회사는 먼저 6명의 직원과 월 2만 달러의 운영 예산을 충당할 만한 예산을 뽑았다. 분기마다 5000명이면 충분했다.
이러한 최소한의 생존 조건을 바탕으로 이 회사는 무리한 도전 대신 제작비가 적게 드는 다양한 실험적 게임을 공급, 개발자는 물론 이용자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다. X박스360에 어울리는 화려한 그래픽은 없지만 마니아층을 흡수할 만한 독특한 콘텐츠로 승부를 건 것이다.
그 결과 충성 팬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제작 단계에서 팬들의 지원을 받는 것도 가능해졌다. 10대 팬들이 게임 개발에 1인당 18달러를 보탠 사례도 화제가 됐다.
올해 말 이 회사는 새로운 실험을 단행한다. 기존 무료 게임 외에 다운로드 버전 등 확장 기능을 6개월짜리 회원제에 가입한 고객에게만 제공하기로 했다. 또 이들은 유료화 대신 고객들로부터 직접 원하는 추가 기능을 접수받아 개발해주기로 했다. 모두 마니아 이용자를 겨냥한 전략이다.
또다른 게임 업체인 ‘스리 링스(Three Rings)’는 소규모 팬들이 기업을 꾸리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입증했다. 대니얼 제임스 스리링스 CEO는 “광팬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게임에 투자한다”며 “숫자는 적지만 그들이 나머지 무료 회원들이 내야 할 비용까지 책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퍼즐 파이어러츠’ 게임 경우 아이템 구매 비용은 최소 20센트에서 최대 100달러에 달하지만 충성 고객들은 구매를 망설이지 않는다. 지난해 이 회사의 아이템 매출 400만달러 중 75%가 마니아층으로부터 벌어들인 것이다.
IT 전문가인 케빈 켈리는 ‘1000명의 진실한 팬’이라는 칼럼에서 “개발자가 제작하는 모든 콘텐츠를 구매할 용의가 있고 다음 작품이 나오기까지 안달하는 ‘마니아’ 층만 있다면 독립 제작자들의 고민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