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2명의 구매팀 직원들을 주요 협력 업체인 A사에 파견했다.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이 회사에 자사 출신 K씨를 고문으로 보내 경영지도를 실시해왔지만 구매팀 직원에 상주 근무를 시키는 것은 처음이다. 경영 고문의 수당과 구매팀 직원 파견에 따른 비용 전액을 삼성전자가 부담한다. 구매에도 이른바 ‘현장 경영’을 강조함으로써 상생 협력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자사 원가 경쟁력 강화를 이뤄내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 대표 제조 업체인 삼성전자의 구매 형태가 최근 확 달라졌다. 상생협력팀은 물론이고 전 사업 부문에 걸쳐 일선 구매팀에도 혁신 구매 조직을 신설했다. 아예 구매팀 직원들을 협력사에 파견, 상주 근무를 시키면서 현장 구매를 강화했다.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2차 협력사들에도 이 같은 활동을 확대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사 출신 전문가를 협력사 고문으로 파견하거나 1년에 두 차례씩 ‘감사’ 성격의 협력사 현장 파견을 실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삼성전자 구매팀과 함께 있는 A사는 이미 극한 도전을 시작했다. 생산 공정과 외주·재고 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뜯어 고쳐 종전보다 30%의 원가 절감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원가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삼성전자 협력사로선 말 그대로 마른 수건의 물 짜기인 셈이다. 이 회사의 목표는 출발점이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가 경영 고문과 함께 지난 3월부터 자사 직원 2명을 상주 파견한 B협력사는 최근 스스로 체감하는 효과가 크다. 이 회사는 내부적으로 경영혁신팀을 꾸리고 삼성전자의 경영 지도를 통해 △공정 단순화 △외주 가공업체 수율 향상 △검사기준 합리화 △원부자재 생산성 향상 등 획기적인 변화를 추진 중이다.
목표는 상반기까지 이들 4대 과제로 종전보다 연간 70억원 규모의 원가를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일·주간·월간 단위 경영혁신 점검회의를 갖는다. 5월 말에는 전사 차원의 혁신 성과 보고회도 가질 예정이다. B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단순한 가격 협상이 아니라 고객사와 협력사가 한 몸이 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점이 달라졌다”면서 “삼성전자가 더욱 철저하게 협력사들을 관리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현장 위주의 구매 혁신에 나선 것은 제조업의 간판인 일본 도요타에서 배운 사례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도요타는 협력사들에 대해 까다로운 납품가 관리로 유명한데도 삼성·LG처럼 외부(협력사들)로부터 욕을 먹지 않는다”면서 “그 비결이 결국 후진적인 구매 관행을 개선하는 현장 활동에 있었다는 게 최고 경영진들의 의지며,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협력사들과 `상생` 독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전자 협력사 구매형태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