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몰 `MRO` 채널로 뜬다

 중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A사는 올해부터 소모성자재(MRO)를 인터넷몰에서 구매하고 있다. 불황을 이유로 구매물량을 절반으로 책정하자 기존 거래업체가 주문량이 너무 적어 단가 할인을 해줄 수 없다고 전해왔기 때문이다. A사는 고심끝에 인터넷 쇼핑을 통해 비교적 저렴한 물품을 몇 차례에 걸쳐 소량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복사지 등 소모성자재를 구매하는 기업들이 MRO전문 사이트에서 오픈마켓 등으로 ‘구매버스’를 갈아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들에게 특히 두드러진다. 이는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MRO 재고 기간을 짧게 책정하는 기업들이 많아졌고 소량 구매의 경우 인터넷몰에서 더 싸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매물량이 적은 중소기업들은 기존 MRO전문 사이트를 탈피, 오픈마켓 등 온라인몰을 이용하려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RO 전문 사이트가 아닌 B2C 인터넷몰로 기업용 물품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은 불황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비용절감 노력으로 MRO 구매 규모 자체가 줄어들었고 일년치 물량를 미리 준비하던 기업들도 분기 단위로 끊어 재고를 가져가고 있다.

 실제 옥션에서 판매된 종이컵 복사용지 등 MRO 용품의 4월 판매량이 50만개에 달해 지난 3월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G마켓의 경우도 지난해 판촉물 32.7%, 복사용지 49.6%, 커피믹스가 144%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이컵의 경우 지난해 3월과 비교해 205% 정도 증가했다.

 오픈마켓에서 기업용 물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중소 MRO 판매자들도 판로 확대 및 틈새시장 공략 차원에서 제품을 오픈마켓 등에 등록하고 있다.

 B2B 영역이던 MRO 수요가 B2C로 조금씩 ‘수요이동’을 보임에 따라 인터넷몰 업체들도 관련 시장 규모 파악, 마케팅 대응 등에 분주한 모습이다. 인터넷몰 업체들은 MRO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거나 판매자 유치에 신경쓰고 있다. 옥션은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이해 중소기업 사장들을 타깃으로 한 직원 선물 판매 프로모션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홍윤희 옥션 홍보부장은 “일반 인터넷몰에 MRO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프로모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다만 기업 고객의 실체,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타깃 선정 등 정교한 마케팅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