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상생의 고질적인 병폐를 없애기 위한 삼성전자의 구매 형태 변화는 ‘상생’의 또 다른 모델을 제시해 준다. 대기업과 협력사는 둘이 아니다. 서로 이익을 나눠가며 공존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가 협력사의 현장에 들어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구매를 도와주는 ‘현장경영’은 우리나라 모든 대기업이 본받아야 할 문화로 인식돼야 할 것이다.
사실 삼성전자가 실시하는 협력사 ‘현장경영’은 이미 일본 도요타에서 실시하던 경영기법이다. 무조건 단가인하를 요구하는 후진적인 구매관행으로는 더는 초일류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도요타식 구매’를 삼성전자가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삼성만의 고유한 색깔을 입혀 한국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모델이 나온 것이다. 모방을 한 것이든, 스스로 개발한 것이든 상생은 효과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이미 검증된 방법을 사용해 더 많은 효과를 본다면 ‘시행착오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특히 자사출신 전문가를 협력사의 고문으로 파견하는 것과 구매팀 직원의 파견은 협력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이다. 누구보다 삼성전자 시스템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직접 현장지도를 거쳐 공급하게 되면 기술 향상은 물론이고 각종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 납품하기 위해 전직 임원을 ‘모셔 와야’ 하는 상황에서 협력 중소기업들에 이보다 더한 혜택이 없는 셈이다. 모든 파견 인력 비용을 전액 삼성전자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구매관행을 바꾸었다는 것은 앞으로 타 대기업 역시 이 같은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신호기도 하다. 그동안 말뿐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시도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