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디자인 스토리] 루펜­리 `음식물쓰레기처리기`

[굿 디자인 스토리] 루펜­리 `음식물쓰레기처리기`

 ‘내면은 쓰레기통에 충실하게, 외양은 쓰레기통임을 철저히 숨겨라’

 루펜리 디자이너들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오늘날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아시아·유럽까지 수출활로를 개척, 세계 곳곳에서 음식물쓰레기처리기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전문기업 루펜리.

 국적을 막론하고 문화와 개성이 다른 세계 곳곳의 주부들이 루펜에 반한 이유는 바로 디자인이다. 소비자는 루펜리만의 최고 필터기술과 건조 등 기술력에 앞서 디자인으로 시각적인 검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루펜(LOOFEN:100% Fresh EnviroNment)’이라는 이름은 환경을 생각하는 경영 철학에서 기원한다. 음식물쓰레기처리기 루펜은 제품을 개발할 당시부터 음식물쓰레기에 대한 재활용과 그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염두에 둔 제품이다. 이러한 기업의 모토를 디자인에 담아내기 위해 ‘재순환(recycle)’이라는 기업 철학을 원형태로 아이콘화해 제품 정면에 부착했다. 이렇게 탄생한 루펜의 링 디자인은 손잡이 기능 역할뿐 아니라 지금은 루펜 제품 디자인의 아이덴티티 역할까지 충분히 해내고 있다.

 루펜리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루펜의 디자인 컨셉트는 늘 깨끗함이다. 쓰레기통의 컨셉트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음식물쓰레기라는 지저분한 이미지의 고정관념을 깬 디자인을 원했다. 초창기 자금이 넉넉지 못하던 시절, 전문 디자이너가 아닌 회사 대표와 대학생들이 루펜 디자인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무채색 일색이던 가전시장에서 생생한 색감과 참신한 디자인은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고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게 됐다.

 루펜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컬러다. 루펜의 컬러는 깨끗하고 명쾌하다. 같은 컬러라도 미세한 채도나 명도에 따라 제품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또 소재에 따라서도 색감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루펜리 디자이너의 컬러에 대한 고민은 늘 계속되고 있다.

 CEO의 디자인 경영방침도 제품디자인의 발전에 한몫했다. 이희자 루펜리 대표는 2008년 한국산업디자이너들이 뽑은 CEO상을 수상했다. 아무리 디자이너가 좋은 디자인 시안을 가져와도 채택은 CEO의 몫이기 때문.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더욱 CEO의 결정력이 크게 작용한다. 이 대표는 실제로 대학원에서 그림을 전공할 만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소비주체인 주부의 시각에서 갖고 싶은, 사고 싶은 물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디자인 개발에도 직접 관여하는 편이다. 일정이 허락하는 날에는 재래시장부터 백화점 명품관까지 꼼꼼히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성상복 루펜리 수석디자이너 cadnum@loof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