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의 상징인 공장 굴뚝.
화창하게 맑은 날이면 하얀 수증기가 뭉게뭉게 하늘 높이 피어오른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저 기뿐 나쁜 연기일 뿐이지만 선종남 한국전력기술(KOPEC) 에스코사업부장에게는 잡아야 할 소중한 에너지로 보인다.
“수증기가 하얄수록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증거입니다. 쉽게 말해 굴뚝으로 버려지는 열을 회수해 온도가 낮아진 상태라는 얘기지요. 압력밥솥에서 김을 뺄 때처럼 너무 뜨거운 증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국내 최고의 에스코(ESCO, 에너지절약전문기업) 전문가 집단을 이끄는 선 부장은 굴뚝으로 버려지는 열처럼 낭비되는 에너지를 잡아서 돌려주는 ‘에너지 회수꾼’이다.
1982년 입사 후 복합화력 설계를 주로 담당하던 그가 새로운 분야인 에스코사업을 총괄하게 된 것은 지난 2005년 남동발전 분당복합화력발전소에 에스코 사업을 최초로 제안하면서부터다. 이후 삼천포화력 1, 2호기 제매기 매체변경, 포스코파워복합 폐열회수보일러 설치 등 7건의 에스코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 에스코 전도사로도 불린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까지 더하게 되면 연간 373억원의 추가 수익은 물론이고 10만4698톤의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다. 초기 비용부담만 감수하면 수익은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이다. ‘돈 놓고 돈 먹기’다.
“에너지 회수 방법과 회수한 열의 수요처를 개발해주는 게 우리 업무입니다. 플랜트 설계 전문업체인 코펙만이 가능한 일이지요.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선 부장에 따르면 최근 들어 발전소 에스코 사업의 성과가 알려지면서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일일이 사업 개발을 위해 전국을 찾아다녔지만 이제는 오히려 전화에 불이 날 지경이라고. 한 달에 한 건꼴로 계약, 3월까지 올해 들어 305억원어치를 수주했다. 에스코 담당 직원 1인당 1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선 부장이 소속된 플랜트사업본부의 목표 매출인 600억원의 절반 이상을 벌써 달성했으며, EPC 사업목표인 210억원은 이미 넘어섰다. 연말까지 어느 정도 계약을 올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KOPEC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하지만 에스코는 효과를 보증해야 하는 부담이 큽니다. 물론 현재까지 100% 성공했지만 목표했던 성능과 효과가 나와야 하지요. 그것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선 부장은 반드시 현장을 찾는다. 정확한 진단이 먼저라는 게 선 부장의 소신이다. 확실한 처방은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우선 사업소 관계자들과 상담을 합니다. 사업소 파악이 먼저입니다. 정확한 진단을 거쳐 한국전력기술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해당 전문가들과 시스템을 만듭니다.”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고 일반 산업체에서도 문의가 많다. 동부제철과 양해각서(MOU) 교환을 준비 중이며 인천제철 등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업체도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대부분의 에너지 효율 사업은 주로 생산설비에 치중되고 전력이나 열 설비는 방치하던 기존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선 부장은 아직 할 일이 많아 남아 있다고 한다. 회수해야 할 에너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결국 원가절감이라는 것은 전력과 열 효율 향상입니다. 이는 산업체의 생산단가를 낮추고 경쟁력 높이는 길이지요. 이는 결국 국가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더욱 개선된 에스코 사업을 펼쳐 에너지 다소비 업체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