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무기 시스템 수명은 30년이다. 한번 계획이 잘못되면 30년 동안 바꿀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국방 IT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국방 IT가 잘돼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무기 체계는 빠르게 IT화 되고 있다. 미국이 개발 중인 F35 등 첨단 전투기도 80% 이상이 임베디드 SW 기술이다. 이 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방 IT에 투자를 조금만 늘리면 우리가 세계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국방 IT 방향을 제대로만 잡으면 우리의 시장은 국내 아닌 해외가 될 수도 있다.
◇국방 IT, 해외 시장 넓어=현재 국방 과학, 더 정확히 말해 국방 IT 분야에서 가장 매출을 많이 올리고 있는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하드웨어와 함께 IT를 이용한 SW도 매년 엄청나게 팔고 있다. 미국에 이어 러시아, 프랑스가 등이 국방 IT 선진국이다.
정재원 국방기술품질원장은 “국방 분야는 승자 독식의 시장이며 글로벌시장에서도 상위 7대 국가가 70%를 장악하고 있다”며 “그러나 시장이 크고 있어 우리도 국방 IT 수출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국방 IT를 담당하는 전담 기관은 없는 상태다. 국방기술품질원이 국방과학기술 및 무기 체계에 관한 국방 기술의 유통 및 실제, 적용에 관련한 모든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있고 다른 몇몇 기관이 분산해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부에선 국방 IT 전문 컨트롤 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물론 국방부가 전체 조율을 하긴 하지만 보다 고도화된 국방 IT 개발을 위해선 ‘국방IT연구원’과 같은 전문기관 설립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프랑스, 중국 등 일부 국가가 관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지원을 통해 국방 IT 고도화해야 할 것=전문가들은 국방 IT 분야야말로 이른바 ‘투입 대비 효과’가 뛰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는 IT 수준이 압도적인데다 분단국가인만큼 국방 기술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둘만 합쳐지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로 민간이 IT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정부가 예산으로 이를 전폭 지원하는 체계만 성립되면 국방 IT에선 최고의 나라가 될 수 있다는 평이 많다. 수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등훈련기 T50과 같은 사례가 잘만 하면 여럿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흑표 등 지상 무기도 IT를 만나면 보다 고도화될 것이다. 정 원장도 “민간에 좋은 기술을 받아들여 무기를 고도화한다면 우리가 국방 IT에선 선도적인 국가가 될 수 있다”며 “해외 수출이 가능하면 국방 IT 분야 업체들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기 위해선 해결해야 될 부분이 많다. 정부의 국방 예산이 IT 분야 보다 많이 투입돼야 한다. 매년 늘고 있지만 자원 체계일 뿐 업계에선 무기 체계에 IT 지원을 보다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기술의 공개도 문제다. 현재 많은 기업이 국방 IT 분야에 진출하고 싶어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공개된 정보가 너무 적고 예상보다 진입 장벽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얼마 전만 해도 방산 업체만이 국방 업무를 담당할 수 있었다. 한 방산 업체 사장은 “요즘 같은 불황기에 무기를 하나 팔면 유지보수로 무기 가격의 서너 배의 추가 수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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