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4200만 통합고객 마케팅 `대항마`는 있다

KT가 오는 6월 1일 KTF와 공식 합병한다.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각각 90%, 44%를 점유하고 있는 유선통신 1위 업체와 시장점유율 32%의 이동통신 2위 업체가 합쳐져 초대형 공룡 사업자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유무선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KT’가 탄생하면 이동통신 시장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KT 합병을 반대한 것도, 이런 변화가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통합KT가 기존의 다양한 상품군과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게 되면, 이동통신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격차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LG텔레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KTF는 오는 6월 29일 각종 신기술로 무장한 차세대시스템도 가동한다. 맞대응을 해야 하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마케팅 대전과 고객관리 경쟁을 벌여야 하는 통신 업계에서 IT인프라는 핵심적인 경쟁우위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합KT 출범을 앞두고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IT전략이 궁금한 이유다. CIO BIZ?는 통합KT출범에 따른 통신 업계 비즈니스 IT 이슈와 이에 대한 SK텔레콤과 LG텔레콤 CIO의 고민을 정리했다.

◇4205만명 고객DB 통합이 가장 큰 위협=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통신계열사들이 KT-KTF의 합병을 가장 두려워하는 이유는 통합KT가 4205만명에 이르는 고객을 대상으로 단일화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KT-KTF는 통합에 앞서 양사의 기존 고객DB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작업은 KT의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과 고객정보자산화(CIA) 시스템에 KTF의 차세대 정보계시스템을 통합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와 함께 통합KT가 대고객 접점에서 유무선 고객을 가리지 않고, 가입·해지 등과 관련해 단일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이를 위해 현재 KT-KTF는 기존 홈페이지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물론이고 콜센터 시스템 통합, 대고객 서비스 관련 프로세스 통합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경영정보시스템 통합도 직접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요인들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통합KT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예를 들어 회계 및 경영정보 등이 통합되는만큼 신속한 의사결정과 비용절감 등의 효과도 예상되고 있다. 또 KT의 PCS 재판매 사업이 이제 KT의 단일 이동전화 브랜드로 바뀌는만큼 이와 관련된 ERP시스템의 변경·통합도 필요하다.

보다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는 KT와 KTF의 빌링시스템 통합이 큰 관심거리다. 유무선별 요금고지서를 하나의 고지서로 통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유선과 무선의 다양한 상품을 보다 손쉽게 결합할 수 있게 된다. 보다 섬세한 타깃마케팅을 위해 복잡한 요금 제도를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경쟁우위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오는 6월 29일 가동 예정인 KTF의 차세대시스템도 통합KT의 IT경쟁력을 높여줄 요인 중 하나다. KTF가 이번에 가동하는 차세대시스템은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가장 최근에 가동하는 것이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앞서 구축한 차세대시스템을 벤치마킹한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고, 최신 기술과 사상을 더 많이 접목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KTF 측은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기술 등을 적용한만큼 신속한 상품개발 등에서 차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T, 통신계열사 공통IT인프라 구축=KT-KTF의 합병을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경쟁사는 SK텔레콤이다. 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가장 컸다. 그만큼 통합KT의 등장이 SK텔레콤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측면만 아니다. IT측면에서도 통합KT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 고민스럽다.

통합KT에 대응하는 SK텔레콤의 IT전략은, 당장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경쟁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는 IT지원체계를 갖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통합KT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 SK그룹 통신계열사 간 시스템 통합이 불가피하지만, 현재로서는 법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SK텔레콤은 시간을 두고 결합상품 지원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가장 큰 신경을 쓰고 있다.

권혁상 SK텔레콤 정보기술원장(CIO·전무)은 “기존의 결합상품은 이동통신, 시내전화, 초고속인터넷 정도였지만, 향후에는 인터넷전화(VoIP), 인터넷TV(IPTV)는 물론이고 온라인 콘텐츠들도 결합상품으로 출시될 것”이라며 “특히 과거의 A상품과 B상품의 단순 번들형이 아닌, 기술적인 결합이 이뤄지는 컨버전스형 결합상품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SK텔레콤은 당장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결합상품을 지원할 수 있는 IT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자회사와 투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SK커뮤니케이션즈, SK텔링크, 티유미디어, 엔트리본소프트, 로엔엔터테인먼트, 팍스넷 등을 대상으로 공통IT인프라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ERP시스템과 인트라넷을 대상으로 공통IT인프라 구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향후 이를 기반으로 업무 시스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실제 투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는 공통IT인프라 구축 전략의 일환으로 SK텔레콤이 직접 나서서 표준화된 ERP시스템을 현재 구축하고 있다. 

각 통신계열사들이 공통IT를 구축하면 향후 유무선 상품 및 서비스는 물론이고 콘텐츠 서비스도 손쉽게 결합할 수 있을 것으로 SK텔레콤은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필요에 따라서는 이를 기반으로 관계사 간 합병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지난 2006년 가동한 차세대시스템(U-Key)에 대해서도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KT-KTF 합병보다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 시스템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착수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KT-KTF합병이 가속화되면서 SK텔레콤은 고도화 프로젝트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KT-KTF 합병에 따른 SK텔레콤 IT부문의 고민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도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SK텔레콤은 지난해 일부 DB를 정리한 데 이어, 올해는 대규모 변경 작업이 필요한 업무 프로그램에 대한 개선 작업을 추진할 예정으로 연내 완료가 목표다. 

권 전무는 “현재 가장 큰 고민은 향후 본격적인 융·복합 비즈니스를 위한 미래 IT의 모습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와 이를 위해 SK텔레콤 기업군의 IT연계 및 시너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하는 부분”이라며 “일시적인 경쟁 대응보다는, 미래 비즈니스와 IT에 대한 청사진을 주도적으로 그려 나갈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LGT, 차세대시스템 강화로 역량 제고=LG텔레콤의 대응전략은 이동전화 사업의 역량 강화에 우선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결합상품 판매를 위해 LG텔레콤과 LG파워콤의 고객관리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는 통합KT에 대응하는 전략이라기보다 빠르게 확산되는 결합상품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

사실 통합KT라는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LG텔레콤의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각종 통신 사업의 시장지배력이 모두 열세기 때문이다. 우선 LG파워콤이 공격적인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지배력은 여전히 약한 편이다. 시내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LG데이콤 역시 KT는 여전히 큰 벽이다.

따라서 LG텔레콤 측에서는 LG파워콤과 LG데이콤의 시스템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미 이러한 분석은 과거 2006년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그룹 통신 3사의 시스템을 통합하는 계획을 백지화할 때 근거로 활용되기도 했다. 당시 통합에 따른 득보다 실이 더 많기 때문에 시스템 통합은 보류됐다는 후문이다. 

박종화 LG텔레콤 상무(CIO)는 “현재로서는 KT-KTF 합병에 대응하기 위해 IT측면에서 눈에 띄게 추진하는 내용은 없다”면서 “오히려 LG텔레콤은 지난 2008년 1월 가동에 들어간 차세대시스템을 고도화함으로써 이동통신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LG텔레콤은 올해 차세대시스템 후속 프로젝트로 기존 시스템의 서비스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후불제, 선불제, 한도관리 3개의 시스템으로 나뉘어 있는 과금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상품 출시가 상당히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전사데이터웨어하우스(EDW) 구축 작업도 진행 중이다. 장애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위한 자산관리시스템과 콘텐츠 제공업체 대상의 정산시스템도 구축한다. 

이와 함께 향후 LG데이콤과 LG파워콤이 합병하게 되면 두 회사의 시스템이 통합될 것인만큼 통합시스템과 LG텔레콤 시스템간의 연동에 의한 시너지 효과는 현재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