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상업적으로 활용되기 전인 1990년대 초 CIO, 아니 당시 전산실장(정보시스템실장)들은 새로운 용어에 혼란을 느꼈다. IT가 새로운 화두로 대두되면서 IT와 기존에 사용하던 전자데이터처리시스템(EDPS)의 차이를 쉽게 구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예외 정보시스템실장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정보시스템실장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IT는 전산시스템의 다른 표현일 뿐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새로운 용어를 만들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기를 좋아하는 서양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만들어낸 용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 당시에는 CIO라는 직책은 없었고 단지 정보시스템실장이라는 직책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 또는 그들의 후배는 정보시스템실장이 아니라 CIO로 불리고 있으며 IT라는 용어는 전혀 낯설거나 오해를 사는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대체할 다른 적당한 용어를 찾기도 어렵다. 이제 모든 산업 분야에서 IT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며 모든 기업에서 CIO의 위치는 전산실장(정보시스템실장)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게 됐다.
기업에서 IT를 포함해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 대부분 기업은 자체 업무 프로세스를 위한 시스템뿐만 아니라 고객 및 공급자관리 등과 같은 가치사슬 간의 업무 프로세스도 인터넷 기반의 상호작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 수년 내에 BT(Business Technology)가 기존의 IT를 대체해 나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기업의 CIO들도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비즈니스는 IT 그 이상의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모든 곳에서 IT는 핵심 사항이지만 기술만으로는 극대화된 비즈니스 성과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많은 기업의 IT 조직은 이러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 원인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IT 조직은 기여도 측면에서 기업의 사업 성과를 측정하기보다는 기술 관점에서 효율성을 따져왔다. CIO는 IT의 역할이 기업의 수익이나 매출, 기회비용 등에 미치는 영향을 회계 관점으로 분석하거나 기업혁신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 IT 조직은 그동안 대부분 회사의 전략적인 관점의 비즈니스 최적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보다는 단위 기능 중심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는 기업 내 여러 부문을 통합해 기업의 모든 기능을 최적화하는 시스템보다는 각 부문의 업무 처리만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큰 성과를 내는 많은 기업조차 아직도 단위 업무별 최적화된 시스템을 개발 운용하고 있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ERP 등 기업 전사적인 통합시스템 재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셋째, IT 조직은 IT를 기업의 지속적인 변화를 위한 도구라고 인식하기보다는 기술 안정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 IT가 기업의 비즈니스를 위한 절대적 필수 요소로 인식되고 IT 역할에 대한 요구가 증대하고 있지만 IT 조직은 인프라 및 기간시스템의 기술적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부 기업의 CEO는 IT가 새로운 프로세스 또는 기업혁신에 장애라고 인식한다. 그 결과 전사적인 비즈니스프로세스 혁신 및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에 IT 조직이 소외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면 BT에 대비하기 위해 CIO가 기업의 전략, 운용체계, 조직, 문화 및 성과 관점에서 고려할 점은 무엇인가.
첫째, 전략적 비전 관점에서 IT를 ‘서비스’로 만들어야 한다. IT 솔루션 업체는 IT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의 부품을 넘어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관련 서비스를 공급함으로써 기업에 비즈니스 요구사항과 인프라 운영을 결합, 가치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둘째, 운용체계 관점에서는 IT 운용체계를 프로세스 조합에 맞춰 설계를 해야 한다. CIO는 IT 서비스를 프로세스 모델에 접목해 프로세스가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올바르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IT 운용체계를 비즈니스 프로세스 조합에 적용함으로써 기업의 모든 기술구조, 성과관리 및 리스크관리 등의 역할을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조직적인 관점에서 모든 서비스 모델을 통합해 단순화해야 한다. 기업 내에서 IT가 분산되거나 다양한 프로세스에 개별적으로 맞춰져서는 기업전략을 달성할 수 없다. CIO는 기업 내 서비스를 통합하는 전략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넷째, 기업 문화적인 관점에서 린(Lean)방법론을 적용해 작업방식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 조직 설계 시 기업의 비즈니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는 원칙으로 BT 조직을 설계해야 한다.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객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서비스를 결합해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 내 고객관리, 생산관리, 생산 기술 구조 및 서비스 관리가 제대로 구현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과관리 차원에서는 비즈니스 관점으로 측정해야 한다. IT 서비스를 비즈니스 결과물과 그 가치로 연결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CIO는 IT의 진화를 응용시스템 개발 및 운용 등 IT 프로세스 관점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로부터 비즈니스 가치를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IT가 BT로 변화하면서 기업 내 CIO는 전략, 프로세스, 문화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전략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용수 베어링포인트 대표 yongsu.park@bearingpoi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