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에 약정없이 무제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휴대폰 선불 요금제’가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요금 체계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불황으로 통신비를 줄이려는 가입자들이 급증, 올 초 후발 사업자가 출시한 새로운 선불 요금제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가운데 1분기 후불 요금제 가입 고객은 가파르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이통사들의 수익 감소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7일 CNN·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프린트넥스텔의 자회사인 ‘부스트모바일’이 지난 2월 출시한 50달러짜리 무제한 음성통화 선불 요금제는 8주만에 76만4000명의 기록적인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다.
미국 1·2위 이통사업자인 버라이즌과 AT&T가 각각 같은 기간 130만·120만 가입자를 유치한 것을 고려할 때 부스트모바일의 추격은 적지않은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부스트모바일의 무제한 정액 서비스는 음성 통화 외에 무제한 문자 메시지와 무제한 무선 인터넷 접속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고가의 망 업그레이드가 불필요한 공중 무선망 ‘아이덴(iDEN)’ 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요금을 낮출 수 있었다.
지역 이통사인 메트로PCS와 립와이어리스, 4위 이통사인 버진모바일USA 등도 유사한 패키지의 선불 요금제를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선불 요금제가 인기몰이에 나서면서 이통사 간 가격 인하 경쟁을 촉발, 기존 후불 요금제의 가격도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후불 요금제를 발판으로 성장해온 이통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버라이즌과 AT&T의 후불 요금제 가격이 99.99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선불 요금 고객 증가는 매출 및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부스트모바일의 모회사인 스프린트의 후불제 요금 고객은 1분기에 125만명이나 줄었다.
샌포드번스타인에 따르면 1분기 후불 요금제 고객의 순증가율은 전년대비 58%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 휴대폰 가입자의 80%가 선불 요금제를 선택했다.
크레이그 모펫 샌포드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후불 요금제의 성장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댄 헤세 스프린트넥스텔 CEO는 “선불 요금제가 대세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선불 요금제가 후불 요금제 시장을 갉아먹기보다 궁극적으로 전반적인 이통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트 카터 부스트모바일 대표는 “추가적인 선불 요금제 인하는 없을 것”이라며 “올 연말까지 부스트모바일 자체 브랜드를 내건 유통 체인을 50개까지 늘리는 등 소비자 편의 제공과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