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LCD 시장에서 한국·대만·일본 3국 경쟁 구도가 무너지고 결국 우리나라가 시장을 평정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가장 탄탄한 고객사 기반을 확보한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십수년간 시장 경쟁이 기술력과 양산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것과 달리, 얼마나 많은 대형 세트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는지가 시장 구도를 좌우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민천홍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7일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IT정책연구회에서 ‘LCD 삼국지, 그 이후’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향후 세계 LCD 시장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양강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며 “대만·중국·일본 등 여타 경쟁국은 무엇보다 고객사 기반에서 한국을 따라올 수 없으며, 그 격차도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 세계 LCD 패널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주목한 분석이다.
민 연구위원에 따르면 LCD 패널 시장은 점차 성숙기로 진입하면서 과거 공급자 위주의 구조에서 수요자(세트 업체) 중심으로 급변했다. 예전에는 기술력과 양산 능력이 LCD 패널 업체의 최대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얼마나 다양하고 강력한 고객사를 보유했는지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특히 올해에만 전체 LCD 패널 매출 가운데 60%가량을 TV 시장이 차지하면서 과거 주력 시장이었던 노트북PC·모니터보다는 TV에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급격한 시황 악화 속에도 세계 대형 TV 업체인 삼성전자·LG전자·소니·도시바는 물론이고 최대 시장인 중국 내 TV 업체를 주 고객사로 확보한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배경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와 비슷한 양산 능력을 갖췄던 대만 패널업체는 TV 고객사 기반을 놓친 탓에 지난해 말부터 몰락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양산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LG디스플레이보다 30%나 많은 설비투자를 단행했지만, 올해 들어 유사한 실적에 머무는 것은 LCD 산업의 투자 효율성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도 시사했다.
민 연구위원은 “중국이 후발 주자로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지만 기술력과 양산능력, 투자 효율 면에서 한국을 따라올 수 없다”면서 “과거 산업 전체가 하나의 사이클로 돌아갔다면 작년 하반기부터 개별 LCD 패널 업체의 처한 상황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다만, 전 세계 PDP 시장 1위인 일본 파나소닉의 행보에는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파나소닉이 LCD에 공격적 투자를 단행한다고 했지만 전량 자체 생산하기보다 제휴관계인 LG디스플레이에서 물량을 조달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LG디스플레이로선 또 다른 대형 고객사 확보가 기대되는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서한·김민수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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