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하반기 초 한층 발전된 형태의 ‘정보화추진위원회’가 출범한다. 이름하여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조직 위상이 국무총리 산하 기구에서 대통령실 산하로 격상된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전체 국가정보화 사업의 검토 권한이 강화된다. 취지만 놓고 보면 명실상부한 국가정보화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공정보화의 추진 행태를 보면 과연 기대한 성과가 나올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 성과란 이런 것들이다. 부처 간 중복투자가 없어지고 단절된 시스템이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빠르게 하나로 묶여 나간다. IT 투자 효율성을 제대로 측정하고, 낭비 요인을 없애는 노력이 가속화한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이런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공정보화 추진 주체들의 IT 역량이 민간 수준으로 올라선다.
이런 성과는 단순히 정보화추진위의 위상을 바꾼다고 얻어질 일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취지에 걸맞게 국가정보화 추진체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 변화의 핵심은 사람과 거버넌스다. 출중한 전문가들이 제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먼저 국가정보화를 위한 ‘CIO드림팀’을 만들자.
정보화의 상징은 뭐니뭐니 해도 CIO다. 스타급 CIO가 있는 조직의 IT 효율성이 변변할 리 없다. 우리는 많은 예산을 들여 오랜 기간 공공정보화를 추진했지만, 아직 내로라할 만한 정부 CIO가 없다. 대기업도 대규모 프로세스혁신(PI)을 추진할 때 출중한 전문가를 CIO로 영입하곤 하는데, 하물며 국가 정보화의 컨트롤타워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민간 위원장 자리에는 적어도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CIO라고 평가받는 인물이 앉아야 한다. 또 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에 CIO 혹은 컨설팅 업계의 출중한 전문가들이 넘쳐나야 한다. 각 부처에도 그런 전문가들이 영입된다면 금상첨화가 되겠다.
그리고 국가정보화 CIO드림팀이 구성된다면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 국가 정보화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자. 이 정도면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이름과 취지에 걸맞은 모습이 될 것이다.
사람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거버넌스 체계를 분명하게 확립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거버넌스의 핵심은 IT 투자를 위한 기획 및 의사결정 단계에서 낭비와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사후약방문식 평가로는 지난 몇 년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는 앵무새 같은 논의만 반복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가 정보화의 가장 큰 문제는 부처 간의 중복 투자와 시스템 간 연계 미흡”이라고.
올 초 미국 연방정부 CIO로 임명된 비벡 쿤드라는 취임 일성으로 710억달러에 달하는 미 연방정부 IT 예산을 철저하게 점검해 IT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투자 항목 하나하나(line item by line item)를 모두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 정도는 아니라도 우리도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화 예산이나 유사 시스템을 놓고 좀 더 철저한 검증과 평가를 해야 한다. 국가 CIO드림팀이 구성된다면 이 작업부터 수행해야 한다. 마치 최고경영자(CEO)를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효율성 위주로 IT 투자를 결정하듯이 말이다.
박서기 전략기획팀장 겸 CIO BIZ?팀장 sk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