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성대학교가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정보전산원장에 정보전산원 소속 직원을 임명했다. 경남대학교 이후 두 번째다. 지금까지 대학 CIO는 교수들이 순환보직 형태로 맡는 게 통례였다. 경성대와 경남대가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는 IT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CIO 역할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있었다.
대부분 대학의 CIO 임기는 총장 임기에 맞춰져 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그리고 총장 임기가 끝나면 또 다른 교수가 CIO로 임명된다. 이렇다 보니 장기적인 안목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힘들다. 순환보직이니 책임감 또한 상대적으로 작다. 어떤 경우 짧은 임기 동안 가시적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이벤트성 프로젝트에 치중하기도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IT 전공 교수라 해도 실무에 약하기 때문에 CIO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일은 정보전산원 직원들이 다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말이 대학 CIO지 의사결정권도 없어 ‘허수아비’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래도 IT 전공 교수 출신 CIO는 나은 경우다. 건축학과, 물리학과 교수가 CIO인 경우도 있다. 순환보직의 전형적인 폐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수 출신 CIO와 정보전산원 소속 IT 전문가들 간에 마찰이 일어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최근 들어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 여부를 놓고 CIO와 정보전산원 직원들의 갈등이 빚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이런 이견을 줄이자고 정보전산원의 내부 전문가를 CIO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소속이 문제가 아니라, CIO로서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대학 정보시스템의 사용자인 학생, 교수, 직원들의 요구 사항과 업무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는 사람인지가 적합성의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순환보직으로 CIO를 임명하는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
일본 대학은 교무처장이나 학과장을 제외하고는 대학 내 대부분 조직의 수장을 해당 부서 출신 직원이 맡고 있다. 정보전산실도 마찬가지다. 잘하는 사람에게 잘할 수 있는 일을 준다는 원칙이다. 국내 대학 총장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