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IT 트렌드의 중심에 있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에 회의론이 대두됐다. BI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BI의 목적은 직관에 의한 경영 의사결정이 아닌, 방대한 데이터를 정리 및 분석해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BI와 관련한 많은 툴이 등장했다. 지금도 많은 보고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임원들이 주요한 경영 의사결정을 내릴 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지 의문을 가져본다.
실제로 경영진 및 관리자의 관심은 매일 변화하는 데 비해 시스템이 매일같이 이를 따라오기란 쉽지 않다. 또 BI가 보여주는 데이터 및 결과물은 대부분 과거 실적 중심이지 미래를 보여주기는 어려우며, 경영진이 예측 및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
3년 전 35개 국가, 450명의 임원진을 대상으로 한 액센츄어의 조사에 따르면, BI를 사용하는 임직원들이 2002년 통합 경영 정보를 거쳐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분석 기능을 사용하는 사례는 19%에 불과했다. 2006년 조사에서는 33%라는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였다.
이는 그만큼 BI가 확산됐으며, 많은 기업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러나 2008년 포레스터의 BI 현황에 관한 설문조사를 보면, BI 툴을 쓰는 것을 놓고 3분의 2의 응답자가 배우기 어려울 뿐더러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고 답변했다
또 2008년 액센츄어가 전 세계 162명의 CI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7%의 CIO가 BI를 회사의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핵심 요소로 자리 매김하고 싶어하나, 오늘날의 현실은 그렇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BI 접근법이 바뀌어야 한다
BI에서 인텔리전스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사람의 영역을 뜻하며, 현업의 분석(analytic) 역량에 대한 고민이 없는 시스템적인 접근은 무의미하다. 특히 인텔리전스의 핵심인 ‘판단과 추정’은 로직이 절반이고 사람의 의지가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추정과 계획의 로직 변경은 수시로 일어나며, 이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 점이 더 이상한 일이다.
BI의 핵심은 현업이 BI 툴을 최적으로 활용해 의사결정을 신속히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업이 활용하지 못하는 BI는 무용지물일 뿐이며, 그런 BI를 구축하는 것은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다.
BI를 성공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첫째, 시스템의 영역과 사람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스템으로 될 수 있는 것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며, 보고 직전에도 최종 숫자를 바꿀 수 있는 유연한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 시스템 구축 방법에서도 설계와 구축(design & build)과 같은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현업이 같이 참여해 반복적인 프로토타이핑 과정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사내에 BI 전문가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회사에 분석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인력이 5%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비율을 늘리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적어도 수주간 집중적으로 교육해 전사자원관리(ERP) 및 기간시스템과 분석 툴의 이해, 숙련도 제고, 각 팀의 표준 리포트 작성 능력을 확보하고, 교육 결과에 따른 상벌 등이 뒤따라야 한다. 흔히 하는 전산교육이나 OA 교육 등은 자체 교육(self-learning)으로 대체하자. IT의 효과를 반문하는 경영진에게 BI의 효과를 비교한 다음 표를 제시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체계를 갖추려면 IT 부서의 역할은 명확해진다. 첫째, 비즈니스를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의 IT 부서 인력은 현업보다도 더 자세한 사항을 파악하고 있고, 프로세스의 예외사항과 대응방안 등을 잘 알고 있다. 지금 더 필요한 것은 현업과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일 것이다. 수동적으로 현업의 요청사항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먼저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전체 시스템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ERP 및 기간시스템, 분석 시스템, 경영자정보시스템 등 의사결정에 관련된 데이터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지, 어떻게 데이터가 인터페이스되고 로직이 적용돼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IT 부서의 인력도 분업화돼 있는 사례가 많은데, 보다 비즈니스에 맞춰 영역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조직의 분석 역량을 지원하는 BICC
BICC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의 분석 및 BI의 효율적인 사용을 지원하고 활성화시켜 고급정보를 산출하는 내부 조직이다. 속한 산업에 따라 상설조직화가 필요할지 아니면 필요 시 한정적인 조직으로 운영할지 상황이 다르겠으나, 중요한 것은 현업과 IT를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BICC는 BI 분석·설계·구축, BI 교육 및 전파, BI 운영자 역할을 수행한다. 필요 역량은 업무, 분석, IT 세 분야의 능력을 요구한다. 업무에서는 프로세스의 이해, 전략과 연계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분석에서는 데이터를 요약하고 분석하며 문제점을 발견하는 능력이, IT에서는 현업의 요구를 이해하고 가장 효과적인 정보 제공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GE에너지는 데이터 관리와 BI 실행을 향상시키기 위해 비즈니스 데이터 모델링 센터(Business Data-Modeling Center)라는 BICC를 운영함으로써 8000여명의 임직원을 지원하고 있다. 기본적인 재무 데이터뿐만 아니라 전망 및 예측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보험사 올스테이트는 BICC를 도입해 임직원들에게 서비스와 교육을 제공 중이다. 이 회사는 데이터웨어하우스(DW)와 BI 애플리케이션의 구축과 사용을 위한 표준 베스트 프랙티스를 개발하기도 했으며, 중앙 집중화된 BI 운용으로 판매대리점 및 사무실의 2만건의 종이 보고서를 대체하고, 웹 기반 리포트를 적용해 신속하게 보고서를 받아보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기업이 ERP와 같은 기간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를 ‘Go-Live’ 이후의 최초 결산으로 삼고, 결산이 끝나면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됐다고 자축하곤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마지막은 결산 이후 현업이 BI 툴을 활용해 스스로 보고서를 만들고 분석해 보고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 또 BI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운용되기 시작할 때야 비로소 진정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재호 액센츄어 리소스 부문 상무 jae-ho.yang@accenture.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BICC의 핵심역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