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상황을 활용해 부품·소재 분야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일본 시장 진출의 호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10일 동남권 부품소재 기업 및 수출기업 등에 따르면 지난 해부터 이어진 엔화 강세로 인해 기계 및 전자산업에 필요한 핵심 부품·소재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일본 부품·소재 기업 유치와 이를 통한 국내 부품소재 기술 향상, 나아가 일본 시장 진출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
최근 경남 창원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수출업체·유관기관 간담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기업체의 의견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 안상근 경남도 정무부지사, 박완수 창원시장과 경남도내 수출기업 대표들, 경남지역 수출유관기관장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수출기업 대표들은 ‘엔고를 활용한 대일시장 진출기회 확대’에 가장 큰 힘을 실어 나타냈다.
수출기업 대표들은 “일본서 들여오는 부품소재 수입 단가가 2배로 늘어나 수입 분야는 더없이 힘들지만 반대로 수출의 경우 같은 물량으로도 2배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 기회에 일본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면 경제 위기를 보다 빠르게 극복할 수 있지 않겠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엔고 상황을 대일 무역적자의 주범인 국내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김동철 부산테크노파크 원장은 수입 단가가 급속하게 높아진 현 시기를 ‘부품 국산화의 절호의 기회’라며 지역 부품소재 기업의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김원장은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은 요즘 같은 시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높아진 수입 원가에 고민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R&D 투자를 확대해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생존을 넘어 성장가도를 달리는 기업이 될 것”이라 말했다.
부산테크노파크는 일본이 보유한 첨단 환경분야 기술을 지역 기업으로 이전하기 위해 최근 ‘일본 후쿠오카대학 보유 환경분야 기술이전 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첨단 부품소재 분야를 가장 가능성 높은 동남권 광역사업으로 밀고 있다.
조경목 재료연구소장은 “전반적으로는 국내 부품소재 기술력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고부가가치 첨단 부품소재에서 대일 의존도가 높다”며 “역발상을 통해 산업의 근간인 재료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