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향후 신대륙을 발견한다면 아마도 연구개발(R&D) 분야가 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500여년 전인 1492년 콜럼버스는 인도와 새로운 무역항로를 개척하고자 했으나 그 결과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해 신대륙 발견이라는 인류 역사상 진기록을 세웠다.
이 사건은 당시 지중해 중심의 무역을 대서양 중심의 무역 패러다임으로 바꾸며 그의 조국 스페인을 세계 최강의 위치에 서게 했다.
새로 통합 출범하는 한국연구재단을 놓고 신대륙 발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R&D의 성격이 신대륙 발견의 과정과 그 효과 면에서 유사하기 때문이다.
신대륙 발견은 그 결과가 확실한 상태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지구가 평평해 바다 멀리 나가게 되면 폭포 형태의 낭떠러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시대에 콜럼버스 일행은 지구가 둥글다는 신념을 믿고 바닷길로 인도에 다녀올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R&D의 과정도 그 결과가 확실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은 거의 없다. 다만 예측되는 결과를 바라보면서 연구를 진행하지만 처음 의도와 다른 결론에 도달하기도 하고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는 것이다.
예상 외의 결과나 실패한 연구도 그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돼야 진정 모험적인 연구를 할 수 있으며 모험적인 연구일수록 성공 시 그 효과가 크게 마련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산업계에서 외면하지만 국가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한 기초학문 분야나 공익적인 특성을 갖는 학문, 실패할 수도 있으나 성공하면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는 분야에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만 한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R&D 활동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7년도 총R&D비가 31조3000억원, 국내총생산의 3.47%로 이스라엘, 스웨덴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지난 과학의 날 축사에서 대통령이 정부의 R&D 투자를 매년 10% 이상 늘려 2012년에는 국내총생산의 5%까지 확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해 국민에게 국가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나는 R&D비의 양적인 증가가 우리나라 성장동력을 창출해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산업화와 직결되는 분야는 연구결과의 사업화율을 높여 경제적 가치창출을 증가시키고 그중 일부가 다시 R&D로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는 R&D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30여년 동안 R&D 지원사업을 주도한 한국과학재단과 한국학술진흥재단 및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일원화해 새로 출범하는 한국연구재단에 거는 기대가 크다. 연구재단에서는 R&D의 총괄적인 기획은 물론이고 학문 분야를 넘나드는 융·복합 분야를 개척하고, 기초연구 관련 법제연구까지 종합적으로 추진하게 돼 있어 1979년 학술진흥법 공포 이후 실로 30여년 만에 온전한 R&D 지원사업의 주체가 탄생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융·복합 분야의 개척이라는 미래지향성의 적극적인 정책으로의 전환은 상당히 의미 있게 여겨지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한국연구재단이 선진화되고 한국 실정에 맞는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 제도를 도입해 정부의 R&D 투자가 선순환 구조 속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기초학문 분야를 비롯한 연구인력의 고용구조를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
서만철(공주대 지질학과 교수·문화재위원): mcsuh@kong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