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열기가 뜨겁다.
지능형 전력망은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하는 것이다.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들쑥날쑥한 전력수요 곡선이 평탄해져 전력회사 입장에서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예비 전력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발전소를 또 지을 필요가 없어진다.
스마트그리드는 소비자 입장에서 최적의 요금 시간대를 찾아 에너지를 사용한다. 일상 생활에서 일대 변혁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예컨대 세탁기는 가장 싼 전기 요금 시간대에 맞춰 작동하고, 전기 자동차는 주간에 주차를 해놓아도 심야시간에 맞춰 싼 요금으로 충전을 한다. 물론 이런 예가 가능하려면 스마트그리드 기능이 내장된 가전 제품이 양산되고 배터리 기술도 지금보다 훨씬 발전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관련 시장에서 전 세계적으로 최소 2조9880억달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됐다. 특히 송·배전망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가 필요한 스마트그리드는 무한 성장산업으로 꼽힌다. 전력IT사업단은 관련 세계 시장 규모를 2020년 3540억달러(478조원), 2030년 8700억달러(1175조원)로 전망했다.
양방향 정보 교환의 핵심이 되는 소비자 전력관리장치는 전기제품의 전력사용 현황을 분석, 제어하는 것으로 전기사용 실태 및 전기요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전기요금이 싼 시간대로 전력수요를 분산시킴으로써 피크 전력을 낮출 수 있다. 피크전력을 10% 가량만 줄여도 연간 1조원의 투자비용이 절감된다는 게 지식경제부의 설명이다.
전력망의 지능화로 화력발전소 출력이 자동 조절돼 태양광·풍력 등 전력생산량이 환경에 따라 불규칙적인 신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무리 없이 연결할 수도 있어 보급 확대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분산형 전원을 이용,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충전한 전력을 고가에 팔 수도 있어 경제적인 이득도 노릴 수 있다.
사전에 고장 요인도 감지, 제거가 가능해 반도체나 석유화학산업처럼 전력품질에 민감한 산업의 피해 규모도 연간 5000억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또 20조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내수진작 효과도 있다.
지능형 전력망이 본격 구축되면 전력 부문은 물론 중전이나 통신·가전·건설·자동차·에너지 등 산업 전반에 걸친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분산형 전원이 일반화 되고 발전원가가 저렴한 원자력이나 석탄 위주의 발전원이 구성된다. 분산형 전원 확대로 값 비싼 첨두(피크)용 발전비중이 줄어든다. 또 전력산업의 영역이 기존 계량기 관리 단계에서 가전제품까지 확대,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참여하는 완전경쟁 전력시장이 구현될 전망이다.
중전과 통신이 결합된 스마트그리드 관련 제품이 하나의 산업화가 되고 가전 산업은 정보교환이 가능한 가전제품을, 건설 산업은 이와 연동이 되는 스마트 홈을 선보이게 된다. 에너지 업계는 전기충전소를 구축,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도 많다. 특히 관련 국가 프로젝트의 재원 마련 방안과 핵심설비인 전력관리장치 보급은 관계 당국이 풀어야할 숙제다.
정부가 추진중인 스마트그리드 사업에만 대략 20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되는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재원마련 방안은 별도로 없다.
양방향 정보 교환이 가능한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인 소비자 전력관리장치 보급에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실시간 전기요금 확인이나 시간대별 전기 매매 등 스마트그리드의 기본 구상은 소비자 측의 지능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LS산전의 주도로 개발 중인 이 장치는 단순히 전력사용량을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지능형 시스템이다.
이를 사용량이 많은 산업체를 제외한 국내 1667만3162가구(통계청 2008년말 기준)에 보급할 경우 약 11조6712억원에 달한다. 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정부와 관련 업계의 숙제다.
◆스마트그리드를 향해 뛰는 기업들
스마트그리드 역시 녹색성장 산업의 하나다. 결국 일선 전문업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이 분야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대기업은 LS산전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그리드를 완성할 종합적 기술을 갖추고 이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LS산전은 이미 10년 전부터 스마트그리드 연구를 시작해왔다.
이 회사 최종웅 부사장은 1998년 파워인포넷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하며 스마트그리드 개념을 도입했다. 그는 전기, 전자 등의 규격 표준을 정하는 국제전기표준회의 이사회 멤버로서 스마트그리드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오랜 연구 개발 투자 덕분에 LS산전은 스마트 계량기 외에도 스마트그리드 운용에 필수적인 핵심 인프라인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시스템과 지능형 전력 관리 시스템 등 스마트그리드 관련 기술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그리드가 실현된 ‘그린 시티’를 만드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도입은 전기를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환경적인 측면도 강하다. 발전이 온실가스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이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속도 2위인 우리나라가 교토의정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가는 세계적 움직임에 발맞춰야 하고 이를 위해서라도 스마트그리드를 통한 전력 효율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4.6%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를 ‘그린 비즈니스’의 대표 주자로 꼽는 이유다. LS산전은 2012년까지 2000억원을 스마트그리드를 대표로 한 그린 비즈니스 부문에 투자,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미 10여년전부터 스마트그리드 연구를 시작, 지난달 청주 등에 시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LS산전은 스마트그리드를 구현할 수 있는 통신 네트워크 솔루션인 FTTH와 LS-HFC, 전력선 통신(PLC) 등을 제공한다. 또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해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자동차용 고전압 하네스와 커넥터 등의 핵심 부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 가운데서는 누리텔레콤과 옴니시스템·한전KDN·일진전기 등이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모색중이다. 이동통신망과 근거리 무선통신망인 지그비(Zigbee) 기술을 이용한 지능형 원격검침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 상용화에 성공한 누리텔레콤은 현재 한국전력에 원격검침시스템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 원격검침 계량기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옴니시스템은 스마트그리드 시장의 최고 수혜주로 불린다. 이 회사는 스마트그리드에 최적화된 계량기의 보급을 위해 현재 양산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전KDN은 최근 스마트그리드 추진팀을 만들었다. 스마트그리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하고 전력생산과 소비에 있어 안정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핵심 IT기술인 만큼 모회사인 한전과 함께 이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일진전기도 스마트그리드를 주력으로 한 신사업에서만 오는 2015년까지 5000억원 가량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소비자 전력관리장치 개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