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양대 LCD 패널 업체들이 국내 부품·소재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또 다시 강도 높은 구매단가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아직은 LCD 패널 가격이 적자를 면할 수준으로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절감을 통해 조기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특히 올 들어 환율 효과 덕분에 그동안 큰 폭의 단가 인하를 감수해왔던 국내 협력사들로선 최근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이중고에 내몰리는 처지다. 패널 업체나 협력사 모두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고질적인 병폐였던 삼성·LG의 수직계열화 관행을 뜯어고치는 근본적인 대안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는 최근 국내 협력사들이 대부분인 백라이트유닛(BLU) 계통의 부품·소재를 중심으로 대규모 납품가 인하에 나섰다. 모델별로 다르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평균 10% 가까이 구매 가격을 낮춘데 이어 2분기에도 추가 10% 가량 인하를 단행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 1분기 평균 10% 이상 구매 단가를 내린데 이어 지난 4월 한달에만 평균 5% 가량, 5월 들어서도 또 다시 5% 가량 인하했다. 특히 올 들어서는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구매 주기도 종전 분기 단위에서 ‘수시’로 바꿨다. 협력사들로선 늘 판가 인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BLU 협력사 대표는 “지난 몇달간은 그나마 환율이 받쳐줬는데 지금은 생산 원가도 못 맞추는 한계 비용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부품·소재 협력사들의 원가 절감 노력도 불가피한 상황에서 삼성·LG의 강도 높은 구매 단가 인하만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의 수직계열화 관행을 타파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BLU 협력사 관계자는 “범용성을 지닌 부품·소재라면 삼성·LG가 얼마든지 서로 사줄 수 있지 않느냐”면서 “협력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지금보다는 훨씬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각자의 협력사 대신 대만 부품 업체들의 구매 물량을 늘리는 추세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전체 모니터용 패널의 70% 가까이를 대만 라디안트·코어트로닉스로부터 사들였고, LG디스플레이도 노트북·모니터·TV용 패널의 BLU 가운데 두자릿수 비중을 대만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협력사들의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는 것은 물론, 자칫하면 대만 BLU 업체들을 통해 현지 패널 업체들로 선도 기술력이 새 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LU 계통의 소재 업체 관계자는 “삼성·LG가 서로의 협력사들을 외면하는 이유로 신제품 보안을 거론하는데 오히려 대만쪽에는 관대하다”면서 “이제는 LCD 산업 전체를 국가간 경쟁 구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