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미디어 빅뱅 출발점은 미디어법"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9일(현지시각) “미디어 빅뱅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미디어 법안이 그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 협력과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발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최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나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며 미디어산업 육성론을 비판하고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은 테드 터너를 어리석다고 비판했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일침을 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소규모 광고회사를 운영하던 테드 터너는 어느 날 ’앞으로 방송이 유망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즉시 조그만 유선방송국을 인수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혀가던 중 온종일 뉴스만 방송하는 방송국을 세우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1년여의 조사 끝에 뉴스전문 채널을 설립했다. 그러나 드라마와 토크쇼가 미국 방송을 지배하던 당시에 그의 이 같은 아이디어는 비웃음의 대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그는 “CNN이 세계적 뉴스 채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테드 터너 회장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선각자적인 도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결국 CNN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기업을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최 위원장은 “이번 방미기간에 타임워너 등 미디어그룹 경영자들에게 유독 미국에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많이 탄생한 이유를 물을 때마다 그들은 한결같이 ’개방적 시장정책’과 ’적은 규제’가 미디어 산업 발전의 비결”이라고 대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키우려면 정부의 규제를 가급적 풀고, 미디어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며 “한마디로 ’미디어 기업을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종합 미디어 그룹의 출현으로 여론의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CNN과 타임 등이 한 지붕 아래 있다고 미국의 여론이 독점됐다거나 이들 매체가 한목소리를 낸다는 비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이들은 모기업의 간섭 없이 독자적인 편집권을 행사하는 것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 미디어 그룹이 출현하면 정치권력이 여론을 장악하기 쉽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구시대의 논리“라면서 ”오바마 정부가 타임워너 그룹이나 월트디즈니사를 장악할 수 있다는 논리는 상식 밖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CNN과 같은 세계적 언론사는 방송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검증장치를 만들고 모기업인 타임워너 역시 CNN의 저널리즘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을 곁들인 뒤 ”불확실한 부작용을 우려해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막는 것은 교각살우의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타임워너의 캘러 멜튼 부회장은 지난 4일 최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지난 2007년 캐빈 마틴 전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주도한 신문방송 겸업 허용 규제 완화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 ”미국 내 신문업계 상황이 악화되자 2-3년 전에는 반대한 분들도 지금은 오픈 시스템을 찬성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penpia21@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