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일부 참모진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IT특보 신설을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MB정부의 IT정책에도 대대적인 전환이 예상된다. 특히 IT특보 신설 및 하부조직 구축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IT업체 간담회에서 정부 부처간 IT업무에 관한 이해 정도가 다르고 업무 내용 또한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경우가 많아 업무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는 기업인의 지적에 “내가 전에도 IT컨트롤타워 필요성을 느껴왔지만 참모들의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보류해왔다”고 설명하면서 “청와대 안에 IT전담관을 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IT특보 신설까지 여전히 일부 참모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IT전담관 검토 지시부터 최종적으로 IT특보 신설까지 결정한 셈이다. 이 대통령이 나서서 청와대나 정부의 IT산업에 대한 시각 교정을 요구한 셈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은 IT나 IT산업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인수위 시절 정보통신부 해체를 결정하고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IT산업은 일자리를 없앴다” “정보화사회에서는 빈부 격차가 벌어진다” 등 격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통령 보고시 IT란 용어는 금기시돼 왔다”며 “대체 용어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라고 청와대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IT에 대한 이 대통령과 청와대 시각이 확연히 달라졌다. 해외 순방과 경제 외교시 타국 정상들이 한국의 IT산업에 찬사를 보내고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서도 국내 IT기업들이 수출 등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보고에서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긍정적인 우리나라 이미지로 꼽힌 것은 다름 아닌 IT였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은 최근 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그린기술의 절반이 IT다”고 강조하자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IT특보 신설은 바로 이러한 여건에 따른 이 대통령의 시각 전환에서 결정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의 인식 전환과 맞물려 청와대는 이달 ‘그린IT 발표회’를 개최하고 다음달에는 ‘IT 융합 발전전략 발표회’를 잇달아 개최한다.
여전히 이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녹색성장’과 ‘휴먼뉴딜’이다. 하지만 IT특보가 신설되면 IT가 최우선 국정과제를 지원하는 역할은 물론이고 IT 자체적인 시각 교정 및 산업 육성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