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은 최근 ‘기능 피로 감소가 새로운 차별화 요소’ 보고서에서 다양한 기능이 소비자에게 기능 피로를 야기해 제품 구매를 회피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컨버전스가 확산되면서 고가여도 기능만 많으면 구매한다는 기존 소비자 인식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오히려 복잡한 기능 때문에 겪게 되는 불편을 비용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능을 단순화함으로써 기능 피로를 최소화한 제품이 호평받고 있다고 LG경제연구원은 소개했다. 대표적인 제품이 포켓 캠코더로 LCD창도 작고, 촬영시간도 적고, 화질도 그다지 좋지 않지만 휴대 편리성을 이유로 고가 캠코더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카메라 모듈, 터치 패털 등 화려한 기능을 포기한 와인폰 역시 화면·스피커·버튼을 두 배 크게 만든 것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G연구원은 “기능 피로는 실버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때로 상당수 소비자는 수많은 기능을 가진 제품보다 자신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단순한 제품에 더욱 열광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하는 기준으로 ‘사용빈도’와 ‘신속한 기능 전환’을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기능 전환 필요성과 사용 빈도가 낮은 기능을 일차적으로 제거해 기능 피로를 줄이고 그 후 다른 기능으로의 전환이 신속하게 필요한 때나 사용 빈도가 많은 기능을 소비자 요구에 따라 선택적으로 남겨야 한다고 권했다. 기업은 다양한 기능을 남겨놓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되지만 중요한 것은 기능 피로를 줄이는 것이지 동일 원가에 더 많은 기능을 넣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기능을 모두 제거해도 기능 피로를 유발한다면 ‘유저 인터페이스(UI)’ 변경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그런 사례가 늘고 있는데 닌텐도 위(Wii)는 게임기가 모션 센서로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때문에 따로 조작법을 익힐 필요가 없다. 이는 게임과 무관할 것으로 보이던 40∼50대 중년층에게도 어필하는 계기가 됐다. 풀터치폰 역시 UI 혁신 사례다. 복잡한 키패드가 아닌 특정 기능에 맞는 인터페이스와 핵심 버튼만을 제공했다.
LG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소비자는 돈을 주고 피곤함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며 “기능 피로를 줄인 제품에는 동일한 가격이나 오히려 프리미엄을 지급할 의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