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넘게 끌어오던 e연구노트 (ELN:Electronic Laboratory Notebook) 보급사업이 다음달부터 공공기관 4곳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11일 정부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특허청은 국내 최초로 생명공학연구소, 표준연구소, KAIST 외 다른 정부기관 한 곳을 포함, 네 기관에 지식재산권과 특허 정보 등 지식과 연구프로젝트를 전자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e연구노트 시스템을 구축한다. 시범사업격으로 타당성을 진단한 뒤 향후에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에도 이를 무료 보급한다.
e연구노트는 연구자의 연구과정을 전자문서화하고 여기에 이를 임의로 위·변조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보안솔루션을 도입한 것이다. 개별 전자문서마다 암호, 해당 기록이 작성된 시간, 작성자 등을 부여해 이 전자문서가 사본이 아닌 진본 임을 증명한다.
이미 미국·유럽 등에서는 e연구노트가 특허분쟁의 중요한 자료로 빠르게 확산 중이나 국내에서는 도입된 사례가 없다. 때문에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이 해외기업 등으로부터 특허소송에 휘말릴 경우 e연구노트를 증거로 제출할 수 없어 고충을 겪었다.
이진구 한국특허정보원 과장은 “한미 FTA가 의회승인을 거쳐 발효되면 미국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대규모로 특허소송을 낼 수 있다”며 “국내에는 e연구노트를 도입한 사례가 없어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1차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업종은 국내 제약업계다. 미국은 한미FTA로 자국에 복제의약품을 시판하는 경우 특허침해 여부를 의무적으로 검토케 하는 제도를 관철시킨 바 있다. 실제 지난해 말 미국 식약청은 한국 업체들에게 e연구노트 기록을 제공하지 않으면 특허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특허법 제103조 및 교육과학기술부 훈령 제74호(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노트 관리지침)에 따라 국가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자는 연구노트를 의무적으로 작성케 하는 등 법적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민간에 배포하는 SW는 오픈소스 형태로 소스코드를 공개할 예정이라 외산 중심의 e연구노트 시장에 국내 SW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한다.
이 과장은 “국내에서는 e연구노트 관련 시장이 아예 만들어지지도 않았다”며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e연구노트를 오픈소스 형태로 보급해 국내 SW업계에서도 제품을 개발,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