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기술 관련 학회의 영세성을 탈피하고 학술지 및 학술대회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유사 학문 분야와 학회의 통폐합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기준, 이하 과총)와 소속 학회 등에 따르면 국내 과학기술 관련 학회 중 절반가량은 전용 사무실이 없고 사무직원이 1명 이하여서 운영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 예산 규모도 3분의 2 정도의 학회가 연간 3억원 이하며, 이 중 절반은 1억원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원선 서강대 교수가 분석한 과총 소속 328개 학회 현황을 보면 소속 학회 중 156개는 전용 사무실이 없는 상태에서 학회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39개 학회가 전담 인력이 없고, 119개 학회는 전담 인력 1명으로 운영하고 있다.
연간 예산은 지난 2005년 기준 302개 학회 중 3억원 이상인 학회가 103개(34%)로 가장 많았고, 1억∼3억원 91개(30%), 5000만∼1억원 58개(19%), 5000만원 미만 50개(17%) 순이었다. 전체 학회 예산 1058억8000만원 중 정부 지원금이 55억8000만원으로 5.3%에 그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각 학회들은 학술지 발행과 학술대회 개최에 과도하게 많은 비용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술대회는 지난해 328개 학회가 총 640회를 개최해 2004년보다 70% 이상 늘었지만, 개최비용 상승과 정부 지원 축소로 효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술지 발간은 지난해 328개 학회가 국문 326종, 영문 151종 등 총 477종을 발간해 지난 2006년보다 25% 늘었다. 그러나 학술지 1권에 15편 이상의 논문이 실린 학술지는 전체의 30%에 불과했고, 연간 8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학술지도 국문 학술지의 30%, 영문 학술지의 19% 정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해 유사 학회 간 통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술지 현황을 분석한 전용성 서울대 교수는 “유사 학문 분야 학술지가 너무 많은 것이 국내 학술지 논문발표 수가 적은 이유”라며 “투고 논문 수가 적다보니 논문 심사 부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유사 학술지 공동 발간과 학술지 통폐합 등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세한 운영을 탈피하기 위해 과총 주도로 통합사무실을 운용하고 및 학회 사무를 표준화하는 것도 대안으로 꼽혔다.
김상선 과총 사무총장은 “최근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과학기술 학술단체가 역할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이 있는데도 재정적 한계, 정책적 지원 부족 등으로 선진국에 비해 활동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이번 내용을 토대로 대정부 건의를 통해 실질적인 과학기술 학술단체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