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안전부 간부들은 최근 LG전자를 현장 방문했다. LG전자가 연간 3조원 절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총비용관리(TCM·Total Cost Management)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서다. 행안부는 이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일 버리기’ 추진전략 수립에 한창이다.
# 요즘 행안부 과장들 사이에선 ‘혼돈주’가 단연 화제다. 혼돈주는 이달곤 행안부 장관이 5개실별 과장들과 순회 회식을 가지면서 권하는 술이다. 소주·동동주·사이다를 한꺼번에 섞어 ‘혼돈주’라는 별칭이 붙었다. 혼돈주가 서너잔 돌아가면 그동안 말 못한 과장들의 하소연과 제안이 밀물처럼 쏟아진다.
공직 사회에서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행안부가 변하고 있다. 업무혁신 프로그램이 속속 가동되는가 하면 조직 문화에도 활력이 넘쳐난다. 지난 2월 취임한 이달곤 장관이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라”라고 주문한 뒤 생긴 변화다.
◇‘파이팅 문화’ 전도사로=행안부 직원들은 장관이 마치 ‘기업 CEO’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만큼 혁신적이고 유연하다는 것이다.
최근 일선 과장들과 벌이는 일명 ‘소주 파티’는 진짜 CEO들의 현장경영을 떠올리게 한다. 격없는 대화를 통해 현장의 고충을 바로 듣고 반영하거나 장관의 혁신 메시지를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보다 실감나게 전달한다.
이 장관은 모 그룹처럼 아예 수요일을 자기계발의 날로 지정해 초저녁에 퇴근하는 제도도 만들었다.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야근하는 업무 패턴보다 하루 정도 재충전 기회를 가지면 훨씬 업무의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난 주 가정의 달을 맞아 직원들에게 발송한 e메일에서도 이 장관은 “매주 수요일 초저녁 자기 시간을 소중히 활용해 가정도 챙기고 진정한 나를 찾아라”라고 권했다.
◇일 하는 방식, 뿌리부터 바꿔라=이 장관은 근원적인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정부의 인사와 조직을 담당하는 행안부의 업무 혁신이 결국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으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의 비용절감을 화두로 한 TCM이 대표적이다. 기획조정실 내 TCM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여기서는 불필요한 일 버리기,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업무 매커니즘 자체의 변화를 연구 중이다.
공무원들의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에서 손질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유럽에 집중됐던 연수를 중동·동남아 등으로 재조정, 일부 국가에 편향된 인적 네트워크의 확대를 꾀할 방침이다.
이 장관이 직접 지시한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업무 개혁도 일하는 방식의 뿌리부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행안부는 이외에도 이 장관 취임 이후 온라인 민원완결 서비스를 위한 TF를 비롯해 지방행정체제 개편·지방재정 개편·희망근로 프로젝트·재정조기집행 등 신규 TF를 수시로 가동, 현안 해결에 적극적이다.
행안부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이 장관은 아이디어도 많고 사고도 매우 유연한 편이지만 시류에 연연하기 보다는 업무의 하부구조나 근원적인 문제를 바꾸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 한 직원은 “각종 개혁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장관이 지방행정, 정보화 등 그동안 행안부에서 주목받지 않은 업무에 더욱 관심을 가지면서 이들 부서에도 활력이 넘친다”며 “하지만 일하는 방식의 개혁은 보수적인 행안부 조직에서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 만큼 장관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