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번호이동시스템 `해외로`

 국내의 이동전화 번호이동 시스템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번호이동성제도 신규 도입 국가를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번호이동 시스템 구축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현지 통신사업자들과의 교류가 필연적인 만큼 해외 통신사업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최근 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이동전화 번호이동 시스템을 수출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방송통신위원회 및 코트라 등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모색하는 중이다. 초기 번호이동제도 도입 컨설팅부터 전반적인 시스템 구축까지 도맡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올들어 KTOA는 SK C&C 등 IT서비스사업자와 손잡고 인도·에콰도르·페루의 번호이동 시스템 사업자 선정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도의 경우 국내 이동전화 번호이동 시스템 구축사업자인 SK C&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출을 타진했다. 이어 에콰도르와 페루에는 유엔젤과 함께 도전한 바 있다.

 이동전화 번호이동제도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유럽 대부분 국가 및 미국·홍콩 등이 이동전화 번호이동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전산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돼 실시간 번호이동이 가능한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그 중에서도 일본은 번호이동이 2시간여 걸리지만 우리나라는 10여분이면 절차가 완료되는 것으로 정평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력 자체보다 현지 정책 당국의 판단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번호이동 시스템 및 운용 경험은 최고 수준이지만 정치적 이유로 배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인도 번호이동사업자 선정의 경우 정책 당국에서 지정한 일부 사업자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진입 장벽이 높았다.

 KTOA 관계자는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초기 컨설팅 단계에서부터 현지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사업 규모 자체는 50억∼100억원 사이로 크지 않지만 통신사업자들이 해외사업의 루트를 개척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국내 이동전화 번호이동제도는 지난 2004년 도입돼 현재까지 3500만건 이상의 번호이동이 이뤄졌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