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 "6월에 미디어법 처리해야"

(빈=연합뉴스) 김종우 기자=오스트리아를 공식 방문중인 김형오 국회의장은 12일(한국시간) “의회주의의 기본을 지키고 헌법정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숙소인 브리스톨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한 뒤 “국회의원의 권한과 자율성을 높여주고 상임위 중심의 국회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6월 국회는 미디어 관련법이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라며 “미디어 관련법은 여야가 이미 약속한 대로 처리돼야 한다. 어떤 이유로도 법안처리를 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내거나 미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국회의장으로서 1년을 맞이한 데 대한 소회는.

▲지난 국회를 돌이켜보면 여야가 주장은 많았지만 대안이 없었으며, 목소리는 컸지만 진솔한 대화를 하지 못했고, 합의를 해놓고도 실천을 하지 않는 ‘3무(無) 정치’를 했다. 작은 것에만 매달려 큰 것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가면 정치안정과 경제회생이 어려워진다. 의회주의의 기본을 지키고 헌법정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중심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민생과 경제에 관한한 국회의원의 책임과 자율에 맡겨야 하며 큰 정책적 사안은 국회 상임위 중심으로 논의하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 한번 합의한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 같은 원칙이 세워져야 대한민국의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국회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국회 따로, 정당 따로인 상황은 고쳐져야 한다. 국회가 최우선이고 그 다음이 정당이다. 정당만 보는 시각은 고쳐져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쇄신을 통해 국회와 정당이 함께 변화, 발전해야 한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조만간 교체될 예정이고 정치쇄신 움직임도 있는 것 같다. 당론이라는 게 뭔지 본질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18대 국회의 초반 1년은 여야 각 당의 당론 때문에 국회가 혼란을 겪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정당의 당론은 민주적 절차와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지난 1년간) 이 같은 합리적인 절차와 내용이 생략된 채 뒤범벅이 됐다. 당론이란 이름으로 국회가 투쟁의 장으로 변질됐으며 정당의 내부 혼란이 국회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당론이 졸속으로 책임을 담보하지 못하면서 국회의 걸림돌이 됐다.

또한 당론이 국회의원의 자율성을 위축시켰으며 정책적인 판단이나 심도있는 토론의 여지를 축소시켰다.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공천과 당론, 지역구로부터 자유를 얻어야 한다. 새로 탄생할 여야 원내지도부는 국회 본연의 기능과 되찾고 민주적 국회를 위해 동참해야 한다.

-6월 국회도 ‘미디어 입법’을 놓고 여야간 격돌이 예상된다.

▲지난 4월 국회의 마지막 날에 경제관련 법안 3개를 직권상정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번째다. 지난 1∼2월 국회에서도 직권상정 문제로 내내 시달려야 했다. 나는 직권상정을 하지 않는 국회의장이 되기를 바랐지만 불행한 국회의장이 돼버려 마음이 너무 괴롭다. 하지만 이번에 직권상정을 한 것은 지난 2월에 여야가 합의한 사항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해 불가피하게 직권상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6월 국회에서는 미디어 관련법이 쟁점이 될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당별로 이해집단별로 검토.논의돼온 만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는 책임감을 갖고 처리해야 한다.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직권상정 가능성은.

▲대한민국 국회의장은 권한이 없다. 권한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주면서 책임은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의회 선진국들에서는 국회의장에게 국회 의사운영.규칙 등에 대한 권한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여야 원내대표끼리 기싸움을 하지 않느냐. 다음 국회의장에게는 국회 의사운영.규칙에 대한 권한을 줘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4년 중임제와 대선.총선 동시실시에 대해 찬성입장을 피력했는데 개헌론에 대한 생각은.

▲박 전 대표의 개헌 언급은 작심하고 발언한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개헌은 권력구조에만 국한돼서는 안된다. 지난 1987년에 마련된 ‘20세기 헌법’을 ‘21세기 헌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세계화, 지방화, 정보화라는 방향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 행정부와 입법부 등 권력의 배분과 책임도 선진국형으로 가야 한다.

그동안 의장 직속으로 헌법자문기구를 구성했으나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개헌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마침 각 당에서 정치쇄신 분위기가 있고 지도체제 개편 얘기도 나오고 있으니까 이것이 정리된 뒤 국회에서 차분하게 개헌 논의에 착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헌절 전후로 개헌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번 유럽 3개국 방문 목적은.

▲오스트리아는 신재생 에너지의 선진국으로 우리의 국가적 어젠다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기술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루마니아 등에서는 원전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 문제를 집중 협의할 예정이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온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공사기간을 1년 이상 앞당길 수 있을 정도로 축적된 기술을 갖고 있으며 비용이 저렴하고 가동률이 높고 안전성도 뛰어나다. 특히 시공과 운영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동유럽 원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해볼 생각이다.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