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미래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가능성을 인정받던 온라인게임 산업의 잠재력이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국내외 업계는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놀라운 실적에 주목하는 동시에 향후 더욱 놀라운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게임 산업이 이미 우리나라 대표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은 물론, 앞으로도 전세계 시장의 흐름을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해외 게임 업체 희비 교차=EA와 THQ 등 세계 최대 게임업체들이 비틀거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게임 산업만은 연일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천334억원, 영업이익 425억원, 당기순이익 335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각각 51%, 128%, 315% 증가한 결과로, 업계는 엔씨소프트가 올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5천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넥슨 역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4천509억원, 영업이익 1천439억원, 순이익 278억원을 달성하며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0.2%, 54.1% 증가한 결과다.
NHN의 한게임 역시 1분기 1천164억원의 매출액으로 분기 최초 1천억원 고지를 돌파하며 검색 및 포털사업의 부진을 만회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이밖에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 등 주요 5개 게임업체 모두가 1분기 최대 실적 기록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PC 및 콘솔 등 패키지게임 위주인 해외 굴지의 게임 업체들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EA는 최근 무려 9분기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애플로의 피인수설에 휘말렸다.
EA는 지난해 42억달러(한화 5조원 상당)의 매출액으로 전년도에 비해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영업손실은 10억8천만달러(한화 1조4천억원 상당)에 이르렀다.
THQ 역시 지난해 매출이 8억3천만달러로 전년도 10억3천만달러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 게다가 올해는 적자폭만 4억3천만달러에 이르는 등 지난해에 비해 적자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세계 게임시장의 무게 중심이 바야흐로 PC 및 콘솔 등 패키지게임에서 온라인게임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EA와 디즈니 등이 네오위즈게임즈, 넥슨 등과의 제휴를 맺거나 추진하며 온라인게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하나만으로 1년에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다.
◇中 등 신흥시장 폭발적 성장이 배경=무엇보다 온라인게임 시장 성장의 배경은 중국 게임 시장의 엄청난 성장이다.
중국 게임 시장은 2003년 2억3천만달러 규모에서 지난해는 이미 25억달러 규모로, 5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하는 초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유료 온라인게임 이용자가 연평균 30% 가까이 증가, 2011년에는 8천만명, 향후 2억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산 온라인게임은 중국 시장에서 인기순위 상위권에 집중 포진하며 시장의 ’과실’을 따고 있다. 중국 정부와 업계의 집중 견제에 한때 점유율이 20% 미만으로 내려앉기도 했으나 최근 다시 과반 점유율을 회복했다.
세계 게임 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의 비중 역시 확대 일로에 있다.
게임산업백서에 따르면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은 2003년 21억2천600만달러로 211억5천500만달러의 콘솔게임 시장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그쳤으나, 지난해 84억4천600만달러로 333억7천400만달러의 콘솔게임 시장을 맹추격 중이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은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이 2010년에는 132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최근에는 북미와 유럽 등 콘솔게임 위주의 시장에서도 온라인게임이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외부 요인에 따른 착시 지적도=온라인게임 산업의 이 같은 눈부신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최근의 유례없는 호황이 자체 경쟁력 강화보다는 아니라 환율 상승과 불황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불황에 적은 비용으로 여가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게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실업률 상승 역시 게임 산업에 호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고환율 역시 수출 비중이 높은 게임 산업에 ’착시효과’로 작용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밖에 협소한 국내 시장 역시 지속적인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은 이미 40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의 비중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포화 상태에 근접하는 등 성장성의 한계를 지적받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게임 업체 중 매출액 1조원이 되는 업체도 없는 등 자금력이 크게 부족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EA와 THQ 등이 실적이 부진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내 업체에 비교해 10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다. 닌텐도의 경우 지난해 23조5천억원 상당의 놀라운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진출, 기술 우위 강화가 해답=업계는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고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고유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업계가 10여년 동안 온라인게임 산업 종주국 지위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특화된 기술 경쟁력과 인적 자산 덕분이었다는 것.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 대표적인 온라인게임으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기술과 장르의 힘으로, 이 같은 비교 우위는 여전히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장점이라고 업계는 설명했다.
아울러 게임이 국내에서 건전한 문화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들긴 것도 오늘의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게임 산업은 10억6천만달러 수출액을 달성, 전년도에 비해 3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2010년 목표를 무려 2년 앞서 달성한 것으로, 정부는 향후 수출 목표를 2012년 36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 업계는 이미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진 것은 물론, 러시아, 중동, 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도 잇따라 수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아울러 업계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투자, 글로벌 진출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위한 중요한 과제로 인수ㆍ합병을 포함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해외 굴지의 게임 업체들이 합종 연횡을 통해 끊임없이 덩치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데 반해 아직까지 국내 업체는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하다.
주요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소 게임 업체들은 언제나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개발 인력에 대한 처우 역시 열악하다.
이에 유망 업체가 외국 기업에 인수되거나 우수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 역시 적지 않은 형편이다.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역시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로 손꼽히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 홀대받던 게임 산업이 기술 경쟁력만으로 세계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며 “더 이상 유망 산업이 아닌 국가 주력 수출 산업으로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 전반의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게임 업계 역시 현실에 도취되지 않고 연구 개발과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며 “기존의 인기 게임에만 집중하는 대신 교육ㆍ기능성 게임 등 새로운 장르의 창의적 게임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