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은 껐지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
최근 세계 경기가 바닥을 찍고 되살아나는 듯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도 각종 지수가 호전되며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겨울잠에서 벗어나는 듯하다.
11일 삼성증권 주최로 11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열린 ‘삼성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같은 낙관적 기운은 감지되고 있지만 완전히 위기를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장 불안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인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과 혁신이 필요하며 위기 이후를 대비해 기초 체력을 강화하고 중장기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화유동성 공급으로 우려제거=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한국경제에 대해 “3월에 사상 최대 규모인 66억5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일부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한국 정부는 근거 없는 비관 뿐만 아니라 지나친 낙관도 함께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내수확충, 기업환경 개선 등을 통해 한국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고 중장기 과제들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면서 경쟁력 제고를 통해 위기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금융 구조조정 지원과 관련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정상 금융기관에도 선제적인 자본확충이 가능토록 금융안정기금 설치도 준비 중”이라며 “건설·중소조선·해운 등 부실업종에 대해 신속한 건전성 평가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부실 확산을 방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U자형 완만한 회복세 예상=미국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에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경제가 ‘U’자형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수준의 성장률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흥시장 국가에서 수요가 창출돼야 하지만 이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올해 1분기 경기가 안정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경기회복 속도가 다소 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잔 교수는 “금융 섹터에서 놀랄만한 변화가 있지 않는 한 2∼3년 안에 경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기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L’자형 시나리오는 펼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부 유럽이나 동부 유럽과 같은 신흥시장 국가들이 이번 경제위기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않아 새로운 수요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아시아 국가 또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호 지역적 합의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세계 경제 회복에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70여개 한국 대표 기업과 500여명의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참석했으며 삼성전자 현대차 KB금융지주 신세계 등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관심을 끌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