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국의 실적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그간 후순위로 밀렸던 방송장비 투자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흘러 나오고 있다. 오는 2012년으로 예정된 아날로그방송 종료 시점에 맞추기 위해선 올해부터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KBS는 최근 경영수지 동향 보고회의를 열어 4월 수지 현황을 점검한 결과 수입이 1065억원, 비용이 1039억원으로 26억원의 세전 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BS의 적자 규모는 올 4월까지 49억원으로 기존 예상치인 138억원보다 89억원 줄었다. 차입금도 올 초 1644억원에서 1454억원으로 190억원 감소했다. 특히 광고가 지난해 4월보다 20% 줄었지만 타사에 비해 프로그램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한 것으로 분석했다.
SBS는 1분기 매출 1022억원에 영업손실 204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지만 2분기 들어 실적이 호전되는 추세다. 4월 한 달 동안 344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려 각각 3월 대비 34억원 증가했다. MBC도 더디나마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평이다. 지난 1분기 서울 본사 광고 매출은 785억원으로 43%(614억원)나 줄었지만 4월엔 다소 나아졌다. MBC는 지난달 511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려 전달에 비해 34억원 증가했다.
이에 연초 가장 많은 예산 삭감으로 충격이 컸던 방송국 기술진 사이에선 밀렸던 HD모니터·HD중계차 도입 등 방송장비 투자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방송국이 올해 300억∼400억원을 들여 디지털시스템 전환사업을 계획했었지만 경기 악화로 일정이 미뤄지거나 보류된 것이 많다.
이 가운데 최근 SBS가 4년 만에 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 디지털 전환 투자금을 모아 시선을 끌었다. 지상파방송 기술국의 한 관계자는 “이 속도로는 2012년까지 계획된 디지털 전환 작업을 마무리할 수 없다”며 “사실상 3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만큼 미뤄왔던 투자 계획을 다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