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백신 이용자 2000만명 돌파

 국내 무료 백신 이용자가 2000만명을 돌파했다.

 12일 인터넷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국내 3대 무료백신인 이스트소프트의 알약·NHN의 PC그린·안철수연구소의 V3라이트 순 이용자수는 총 2038만316명을 기록했다.

 이는 이스트소프트가 2007년 말 처음으로 무료 백신인 ‘알약’을 서비스한 이후 1년 6개월 만에 달성한 수치다. 무료백신 이용자는 지난해 12월 1년 만에 1500만명을 돌파한 이후 6개월 만에 또 500만명이 급증했다.

 제품별로는 알약이 1438만134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V3라이트와 PC그린이 각각 376만 8856명, 223만1326명을 기록했다.

 코리안클릭 자료는 현재 PC에서 실시간으로 바이러스를 진단·치료하고 있는 이용자수를 조사한 것으로 다운로드만 한 뒤 백신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는 제외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유료 백신 이용자는 80만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돼 무료 이용자의 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 뉴스의 눈

 무료백신 이용자수가 2000만명을 넘은 것은 ‘보안 대중화’를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짜 백신’으로 발생한 불법과금 문제 등이 사라지며 이용자들이 정상적인 백신을 써 국가 전체의 인터넷 및 PC보안환경이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무료 백신 이용자가 짧은 시간에 급증한 것은 주요 업체들이 무료 서비스를 유료 유입을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앞다퉈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료 시장의 팽창은 개인용 유료 백신시장의 붕괴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애초 기대와는 달리 무료백신 이용자가 유료백신 이용자로 전환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수익구조가 왜곡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약과 PC그린은 광고로 수익을 얻는다. SW는 공짜로 제공하고 이를 미끼로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광고 수입이 없는 V3라이트의 경우 유료 수익을 무료 서비스에 발생한 적자를 메우는데 급급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유료 백신의 질이 무료보다 크게 뛰어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시만텍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전체 기능 중 일부 만을 써 볼 수 있는 ‘시험판’을 제공한뒤 이를 유료서비스로 전환하는 형태”라며 “한국의 경우 유료서비스나 무료서비스 모두 본질적인 성능의 차이가 없어 유료로 전환되는 이용자가 적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무료 백신은 당장 마케팅에는 더할나위 없는 좋은 수단이지만 이용자 수 증가가 백신 수요를 갉아먹어 결국 핵심기술인 국산엔진 개발 투자를 더디게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