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교역에서 기록한 무역적자는 328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중 부품소재가 3분의 2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부품소재산업은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품소재가 단순한 ‘하도급산업’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자국산 제조품에 자부심이 강한 일본 사람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정부는 지난 1986년부터 꾸준히 기계류와 부품소재 국산화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를 호령하는 국산 제품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핵심소재를 일본에서 들여와 쓰고 있는 현실에서 알 수 있듯이 대일 무역적자는 단순히 중소기업에 약간의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다.
최근 들어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협력체제를 마련하고, 연구개발 기능과 구매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에 그쳤던 방식에서 벗어나 부품의 수요처인 대기업과 공급자인 중소기업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최근 국산화에 성공한 TFT LCD 보호필름은 상징성을 갖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것을 국산화함으로써 LCD 패널을 생산하던 대기업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음은 물론이고 원가 절감에도 크게 기여했다.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국산 LCD 패널이 일본이나 대만의 LCD 패널 경쟁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보호필름 하나가 LCD 강국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는 점에서 부품소재의 힘을 잘 알 수 있다.
한국산 휴대폰이나 LCD TV 등은 전 세계를 호령하는 일등 제품이다. 그런데 이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일본 제품이 많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일등 제품이라고 외쳐도 일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품소재를 국가 경쟁력의 초석을 이루는 산업으로 깨닫게 되기 기대한다.
이호균 한진피앤씨 경영지원팀장 hk5169@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