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나은행 동여의도지점. 고객이 창구에서 상담을 요구하자, 영업점 상담원은 계정단말 화면에 고객 계좌번호를 입력한다. 상담원의 단말 화면에는 고객이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 관심을 보였던 금융상품이나, 고객이 현재 이용하고 있는 각종 서비스 등이 안내 메시지로 나타난다. 이를 보고 상담원은 고객에게 맞는 다양한 상품을 제시하거나, 이벤트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과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았다는 느낌에 뿌듯해 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2 고객의 인터넷뱅킹 화면. 고객이 하나은행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로그인 절차를 완료하자, 화면에 고객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안내 메시지와 함께 관련 상품 소개가 나타난다. 이와 함께 최근 고객이 확인한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자세한 설명과 가입을 권유하는 메시지가 등장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외출 시 이용한 자동화기기에서도 나타난다.
하나은행이 이처럼 고객에게 더욱 개인화된 마케팅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데는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라는 새로운 개념과 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년 동안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멀티채널아키텍처(MCA) 영역에 SOA를 적용했다. SOA가 적용된 차세대시스템은 지난 4일 가동에 들어갔다. 하나은행은 SOA 기반으로 구축된 MCA를 통해 인터넷뱅킹, 금융자동화기기(ATM), 영업점 창구 등 모든 채널에서 고객에게 다양하면서도 단일화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채널통합=하나은행은 영업점, ATM,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폰뱅킹, 콜센터 등 은행 내 모든 채널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통합하고 신속하게 고객 접촉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SOA 기반 MCA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지금까지 비용 절감을 위해 비대면 채널을 유도해 왔는데, 더욱 효과적으로 고객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모든 채널 간 연계 및 통합 요구가 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채널 간 비즈니스·기술적 연계 및 통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영업점을 중심으로 각 채널을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요구가 높아진 것이다. 또 고객이 어떤 채널을 이용하든 일관된 상품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이와 함께 향후 은행 업무가 금융지주의 계열사로 확장될 예정인만큼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연계된 기술 플랫폼이 필요했다.
이런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채널을 손쉽게 통합하고,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시스템과 연계하기도 쉬워야 한다. SOA 기반의 MCA 환경에서는 은행 내 여러 채널과 상품처리, 신용카드, 방카슈랑스 등 백엔드시스템을 유연하게 통합하고 연계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1년 전부터 MCA에 SOA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당시만 해도 SOA 개념이 국내에 막 도입되는 단계여서 충분한 학습과 준비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은행은 MCA에 적용되는 SOA 서비스를 이벤트 생성, 오퍼 동기화, 이벤트 대상 인지 등 총 13개 프로세스·94개 서비스로 도출했다. 하나은행은 서비스 도출 기준으로 기존 트랜잭션 단위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더 세밀한 단위까지 서비스를 도출하게 되면 민첩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를 들어, 고객이 특정 채널을 이용라면 고객의 가족 등 기타 부수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이를 마케팅에 적용시키는 것까지는 서비스로 도출하지 않았다.
◇13개 프로세스·94개 서비스 도출=하나은행은 차세대 프로젝트에 앞서 수행한 컨설팅을 통해 정의한 13개 멀티채널 프로세스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서비스와 컴포넌트 서비스를 구분했다. 하나은행은 서비스별로 실제로 구현되는 상황을 고려하면서 멀티채널 서비스를 정의했다. 이 과정에서 94개의 비즈니스 서비스와 113개의 컴포넌트 서비스가 도출됐다. 하나은행 측은 전체 컴포넌트 서비스에 SOA를 적용하게 되면 서비스 속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 이 중 15개 컴포넌트 서비스에만 SOA를 적용했다.
개념적으로 잘 접근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구현 과정에서는 서비스 속도, 안정성 등을 고려한 상세 설계 과정이 중요하다. 하나은행은 MCA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서 구현될 멀티 채널 서비스와 컴포넌트 서비스 상세요건을 함께 정의하면서, 향후 변경이 가능한 현업 요구사항을 비즈니스 룰 형태로 정의했다. 변경 사항이 발생할 때 용이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SOA를 위한 프로그램 단위라고 할 수 있는 컴포넌트 서비스는 구현을 위한 실체와 속성을 잘 정의해야 하는데, 하나은행 프로젝트에서는 MCA와 타 시스템 간 인터페이스 요건과 멀티 채널 프로세스 이행에 필요한 시스템 간 인터페이스 요건을 정의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와 함께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를 위한 프로세스 분석과 모델링도 함께 진행됐다. 멀티 채널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하나은행은 BPM을 위해 주요 프로세스를 분석, 상태 변화의 기준이 되는 활동유형을 식별했다. 이를 기반으로 멀티 채널 프로세스 표준화를 마련했다. 이어 서브 프로세스 및 프로세스 유형 정의를 완료하고 이벤트별 멀티 채널 프로세스 구현을 위한 BPM 프로세스를 재설계했다.
◇철저한 맞춤형 고객 영업 가능=SOA 기반으로 구축된 MCA는 채널거래처리인프라(MGW), 서비스거래처리인프라(MCS), MCA 운영관리의 크게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인프라는 △채널통합 및 채널·백엔드 연계를 위한 인터페이스 △전문설계 및 변환 등의 전문 개발 도구 △멀티채널 비즈니스 지원을 위한 서비스 중개(ESB), 멀티채널 프로세스 자동화 인프라 지원 △MCA 거래에 대한 추적관리 및 모니터링·통계 기능을 갖고 있다.
SOA 기반의 MCA를 갖추게 됨으로써 하나은행은 특정 상품에 관심을 보인 고객에게 사전에 정의된 다양한 채널 접촉 기준에 따라 맞춤형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이 특정 상품에 관심을 보이면, 영업점 직원이 영업자동화(SFA)시스템에 영업기회를 등록하게 된다. 이후 분석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통해 비즈니스 룰에 따라 해당 고객에게 권할 만한 추천 상품이 도출된다. 다음으로 MCA를 거쳐 콜센터, 인터넷뱅킹, 영업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단일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채널별로 제각각으로 이뤄지는 영업이 아니라 전사 차원에서 고객의 처지와 조건을 고려한 맞춤형 영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신혜권기자 hkshin@
<그림>하나은행 MCA 비즈니스 흐름(첨부 그림참조)
1. 고객이 은행을 방문, 특정상품에 관심을 표명
영업점 직원(CRM시스템)
2. 영업점 직원이 SFA시스템에 영업기회 등록
추천 상품 룰
3. 고객의 추천 상품 룰에 반영
채널 선호도
4. 고객 가치 파악
분석 CRM 시스템
SOA 기반 MCA
콜센터 5-1.고객의 특정 상품 요구 입력 내용을 확인 후 영업점 내점 권유
인터넷 5-2. 인터넷뱅킹 접속 시 추천상품 제공
영업점 직원(CRM시스템) 5-3. 영업점 방문 시 해당 고객의 영업기회 인지
6. 콜센터 또는 인터넷접촉 사실을 확인하며 상담
사진설명 : 하나은행 인터넷뱅킹 시스템은 고객의 최근 관심사를 반영해 적절한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빨간색 테두리는 인터넷뱅킹 화면에서 추천상품을 소개하는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