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0907/090720114158_666961830_b.jpg)
인터넷전화(VoIP) 시장이 한창 뜨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 P씨는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을 주목했다. 인구 1800만 중 외국 근로자가 절반이 넘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황금어장이었다. 마침 그가 잘 알고 있던 사우디왕자가 현 왕의 친사촌인 동시에 보안사령관 겸 사성장군이어서 논의 끝에 사우디에서의 사업허가와 판매를 그가 담당하고 장비설치와 운용은 P씨가 맡는 조건의 MOU를 차례로 교환했다. 2년의 준비 끝에 리야드, 제다 두 곳에 교환 장비를 설치, 모든 시험을 끝내고 서비스를 개시하려는 때 왕자가 급작스러운 계약변경을 요구해왔다. “수수료 두 배 인상, 요금원가 절반으로 인하.” 우리의 이익은 제로, 백약이 무효인 절벽과 대하는 협상이 6개월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했다. 시장은 있었는데 마케팅이 없던 결과였다.
Y씨는 2007년 유료 DMB사업의 해외진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베트남 시장진출을 결심했다. 인구 8000만, 이동전화 가입자 5000만의 좋은 시장이었다. 마침 베트남 정보통신부 장관이 잘 아는 친구로 시장진출을 약속받을 수 있었고, 기술도 일체 K전자통신연구원에서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K연구원과 협약, K연구원의 벤처기업이 돼 V-TV(베트남TV, 한국의 KBS)와 MOU를 교환하는 데 1년이나 시간을 끌었다. V-TV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무료방송에 뜻이 쏠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료방송을 선택했던 우리나라 DMB 방송의 실패 이유와 오히려 베트남에는 이익을 주는 판매구조를 구상해 기본서비스(NEWS 등)는 무료로 하고, 추후 새롭게 제공하는 추가 서비스(특정 스포츠중계, 교육 등)는 유료로 해야 경제성이 있어 생존할 수 있음을 납득시켰다. 정부의 방송허가와 방송은 V-TV가 책임지고 방송설비 설치와 운용 그리고 단말기 공급은 Y씨가 책임지는 구조로 2009년 초 MOU를 교환했고 5월 방송허가, 9월 1일부터 상용방송을 시작하도록 했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마케팅에 주력한 결과였다.
2001∼2008년까지 통계상 설립된 IT 벤처기업 1만2650개 중 겨우 6600개 업체가 생존한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이의 20%도 살아남을 수 없는 실정이며, 특히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한 벤처기업의 성공은 열의 하나도 안 되는, 손가락으로 셀 정도다.
‘기술이 모자라서인가?’ ‘자본이 부족해서인가?’ ‘인력이 부족해서인가?’ 모두 아니다. 오직 하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을 경시했다. 해외 마케팅 능력 부재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첫째, 관련 시장 진출에 관한 정확한 정보 부재. 둘째, 관련 시장 진출에 관련한 상대국의 인맥정보 부재. 셋째, 상기 두 가지 정보를 갖고 있고 관련 기술에 정통한 외국어 소통 능력이 뛰어난 전문인력 부재.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대부분은 필요한 기술만 겨우 확보하고 상기 세 가지 요건은 하나도 갖추지 못한 실정이니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어떻게 해외시장 진출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다한들 무엇하겠는가. 팔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즉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이다.
취약한 벤처기업에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닌가. 구슬이 서 말인 벤처기업을 보석으로 만들려면 이를 꿰어야 하는 큰일(마케팅)은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시장 확보가 기업의 몫이기는 하지만 취약한 벤처기업은 과감하고 구체적이며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만시지탄이 있기는 하지만 늦었다고 깨닫는 지금이 또한 기회가 아닌가.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드는 일, 곧 벤처기업에 마케팅 능력을 지원하는 중요한 대목에 관련 당국의 깊은 배려가 있기를 바란다.
박영일 코레스텔 대표이사 ceo@correst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