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이것은 병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시작된 상황과 원인을 알아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의서에는 병의 시작을 명쾌하게 압축해 표현하고 있는 구절이 있다. ‘먹고 마심에 적절함이 있고, 활동하고 쉬는 데에 순리대로 하고, 헛된 망상으로 애쓰지 않는다(食飮有節 起居有常 不妄作勞)… 이것을 어기면 건강을 해치기 시작한다.’
실제로 한의서에는 각종 병의 시작과 전변에 관해 매우 구체적이고 섬세한 분석과 치료법들이 놀라울 정도로 기술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이켜 보면 병이 시작되는 대부분의 원인은 앞에 표현된 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너무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가 실제 치료에 무슨 도움이 될까. 한의학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 무엇이 정상적인 상태인지 깊은 이해를 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고 근본적인 치료법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호르몬 분비가 문제가 되는 질환에서 호르몬 분비의 이상 자체를 처음 원인으로 하면 호르몬 자체를 조절하는 치료를 해야 하지만, 호르몬 분비가 왜 이상해졌는지를 처음 시작부터 전인적(全人的)인 관점에서 파악하고 분석해 낼 수 있다면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진다. 한의학은 그런 틀을 갖추고 치료에까지 일관되게 응용할 수 있는 의학 중 하나다.
개인이 자신의 몸을 돌아볼 때도 이런 상식적인 부분부터 조용히 돌아보아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