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를 밑바탕으로 하는 세계적인 문화 강국을 꿈꿉니다.”
배순훈 현대국립미술관장은 14일 전자신문사와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가 공동주관하는 ‘한국IT리더스포럼’에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정체성을 찾기와 문화 선진국 도달이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관장은 세계적인 경제·산업 도시의 성장에 미술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 주목했다. 그는 “대우자동차 공장이 있는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부흥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었고 엔론사태 이후 런던이 금융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테이트모던”이라고 예를 들었다.
그는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지표가 될 만한 것이 없다”며 “상암동에 DMC가 세계적으로 알려졌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 관장은 현재 기무사 터에 설립을 추진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신관이 한국의 정체성을 알리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IT강국, 휴대폰 문화와 같은 요소들이 예술과 만날 때 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며 ‘미디어아트’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배 관장은 “해외에서는 한국적인 것, 일본적인 것, 중국적인 것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백남준 선생이 한국 사람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데 이를 세계화하는 것이 미술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남준 선생이 시작한 미디어아트의 주도권을 독일에서 주장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배순훈 관장은 “IT를 예술화하는 게 미디어 아트”라며 “우리가 조금 오리지널리티만 집어 넣으면 쉽게 앞서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관장은 이 과정에서 소비자 요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강국이 될 수 있었던 데도 세계적인 기술 경쟁 속에서 발견한 특수 영역을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쓰는 것이 뒷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IT와 예술을 접목하는 과정에서 우리 전통 문화적 가치가 훼손될까 우려하는 질문에 배 관장은 “전통문화가 복합적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문화재로 지정된 요소는 살리겠다”고 대답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