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민간기업 합작으로 추진중인 동아시아 탄소배출권거래소 설립이 안갯속에 빠졌다. 프로젝트에 참여키로 했던 각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설치 방법 및 시기 조율이 쉽지 않은 탓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탄소금융(KCF)·중국 베이징환경거래소·일본 미쓰비시UFG 등 3개 업체가 진행했던 동아시아 탄소배출권거래소 설립이 최근 난항을 겪고 있다. 동아시아 탄소배출권거래소는 유럽기후변화거래소(ECX)처럼 청정개발체제(CDM)사업으로 획득하게 되는 탄소배출권(CER)을 한·중·일 3국에서 사고 팔기 위해 추진됐었다. 비 의무감축국으로 CDM사업이 활발한 중국이 CER 공급을 담당하고 일본이 수요국 역할을, 한국은 이를 중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CDM 사업이란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여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자본·기술을 투자하고 온실가스를 감축실적을 서로 나눠가지는 제도다.
그러나 중국은 거래에 필요한 CER을 대량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중국 전체서 생산되는 CER의 단 5% 만을 거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0% 이상은 CDM 사업에 투자한 선진국 업체에 귀속된다. 한국도 아직 의무감축국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만큼의 탄소배출권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거래소가 생기더라도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거라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경우 유일한 수요국으로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거래소 설립 주도권을 놓고 기업들간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중국과 일본은 CER의 최대 공급국과 수요국이라는 입장을 내세워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은 이미 자국 내에 베이징환경거래소를 설립한 바 있다. 동아시아 배출권거래소를 제안한 우리나라는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경우 소규모 공급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아시아 탄소배출권거래소가 설립되면 거리상으로 멀고 시차도 큰 ECX에 의지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됐다”며 “거래소 설립을 두고 당사자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기와 방법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창선·안석현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