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SW시장 작동원리와 우리의 과제](https://img.etnews.com/photonews/0905/090514062621_1732443664_b.jpg)
정부는 최근 전자정부를 정부 9대 신수출동력으로 선정하고, 전자정부 수출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가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연간 3조5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우리나라의 국가정보화는 여전히 국내에서 사용되는 단발성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중심을 두고 추진된다.
미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SW 산업 육성에 성공한 독일에서 최근 SW 산업 속성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발간됐다. 이 연구결과에서 우리의 SW 관련 정책에 주는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SW는 처음 개발비용이 막대하게 소요되는 반면에 추가 생산비용은 거의 ‘0’에 가깝다. 위험부담은 높으나, 성공하면 수익성이 아주 높은 산업이다. 이러한 SW를 인터넷은 비교우위에 따라 전 세계에서 분업해 개발 가능하게 하며, 전 세계에 유통하는 비용 또한 거의 ‘0’에 가깝다. 이로 인해 SW 시장은 세계가 하나로 통합됐다. 따라서 SW 산업에는 ‘자국 시장’이 존재하지 않으며, 지역적으로 분리된 시장에서 자국 기업 보호를 통한 산업 육성은 불가능하다.
또 SW 시장은 네트워크효과, 펭귄효과 등으로 인해 승자독식의 논리가 철저하게 적용된다. 네트워크효과는 전화와 같이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할수록 전체 이용자가 얻는 효용이 커지는 효과를 말한다. SW 시장에서 네트워크효과는 동일한 SW를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 자료를 교환하기 쉽고, 관련 전문가를 쉽게 구할 수 있고, 관련 SW가 시장에 많이 나오면서 효과를 얻는다. 펭귄효과는 펭귄이 두려워 혼자 물에 들어가기를 꺼리며, 용감한 한두 마리가 물에 뛰어들면, 나머지도 뒤를 이어 뛰어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말한다. SW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이 사용할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많이 사용해 네트워크효과가 높아지면, 뒤를 이어 동일한 SW가 많이 사용된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SW는 윈도 등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특정 SW로 쏠림현상이 극심한 산업이며, 이는 최근에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SW 기업의 인수합병도 설명해 준다.
이러한 SW 산업 속성의 이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에서 SW 산업 육성을 위해 당장 취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SW 산업정책은 세계화와 산업화가 연계돼 추진돼야 한다. SW 시장은 이미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SW 산업정책은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정보집약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산업화를 위해서 추진돼야 한다.
둘째, 정부의 SW 산업정책은 국가정보화 수요와 연계돼야 한다. 패키지 SW는 네트워크효과, 펭귄효과 등으로 인해 쏠림현상이 높은 산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는 단발성 SW 개발에 집중하고, SW를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는 등 내수 가내수공업 형태의 수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막대한 규모의 국가정보화 예산 집행 및 SW 산업정책이 SW의 산업화 및 수출 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셋째, 투자 여력이 있는 관련 분야 기업이 패키지 SW 분야에 투자해 성공할 수 있는 투자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2008년도 기준으로 6조원 매출에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SI 3사는 투자 여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은 현재 단기적 수익창출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산업화된 SW 분야의 투자 유인책이 만들어 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SW 분야에 필요한 인력양성을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SW 공학을 공부한 인력들이 수익성이 높아져야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자 하는 인력이 많아진다. 이는 SW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기업과 개인이 많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장학금 등으로 이 분야에 좋은 인력을 유입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SW와 같은 정보집약적인 지식 상품과 서비스의 산업정책을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한 산업화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김은 프라운호퍼FOKUS 대표(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겸임교수 eunkim55@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