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애플이 오는 6월 8일부터 개최하는 ‘월드와이드개발자콘퍼런스(WWDC)’의 티켓이 동이 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확한 티켓 가격은 4월 24일 이전 구매 시 1295달러, 이후에는 1595달러로 만만치 않다. 최근 경기침체로 많은 IT 관련 행사가 고전한 것을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더욱이 행사 2주 전 매진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한 달여를 앞두고 조기 매진됐으니 그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가늠할 수 있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의 배경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이번 행사에서는 새로운 맥OS X(10.6)인 ‘스노 레퍼드(Snow Leopard)’가 처음으로 공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이를 넘어선 관심이 아이폰 새 모델의 발표에 집중되고 있다. 2008년 하반기부터 끊이지 않고 제기돼온 차기 아이폰이 지난해 맥월드 행사에서 아이폰3G가 공개된 것처럼 올해 깜짝 공개되는 이벤트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돼 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것은 ‘왕의 귀환’으로까지 표현되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복귀에 있다. 올해 초 병가를 낸 뒤 6월 컴백을 밝혔던 잡스가 행사장에 등장, 한 손에 새 아이폰을 들고 기조연설에 나서는 모습은 올해 이 행사가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다시 낮게 점쳐지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잡스가 6월 말에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따라서 아이폰 신제품 역시 WWDC가 아니라 그가 복귀할 즈음에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애플 측은 WWDC의 기조연설은 마케팅 부사장인 필 실러가 맡을 예정이고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소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간 잡스의 치료가 무난하게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애플 측은 그의 건강 상태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잡스의 WWDC 등장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면서 세간의 관심은 그가 약속한 대로 6월 말에는 복귀를 하게 될지 그리고 그렇게 되더라도 과거와 같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게 될지로 관심과 분석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잡스가 복귀하더라도 그간 그의 빈자리를 대신해온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가 CEO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수많은 관측과 전망이 잇따르는 속에 잡스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가 언제 어떤 장소에서 화려한 복귀 이벤트를 선사할지 주목된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