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업] 소재부문 성공 딛고 태양전지 `도전장`

[파워기업] 소재부문 성공 딛고 태양전지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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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반도체·LCD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두 국가다. 과거 일본이 선점한 산업을 뛰어난 양산 경쟁력을 발판으로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첨단산업의 급속 확장에 따른 그늘도 없지 않다. 부품·소재 등 후방산업의 해외 의존도 심화는 수년 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처럼 한국 소자산업의 발목을 잡아왔다. 오죽하면 한국 전자산업이 돈을 벌어 독일·일본의 부품·소재업체 주머니를 불리는 것을 빗대 ‘한국은 양쯔강 가마우지’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러나 최근 이처럼 척박한 부품·소재 산업 환경에서도 꾸준한 연구개발로 서서히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는 기업도 있다. 동진쎄미켐이 대표적인 예다. 감광액·희석액·현상액·박리액부터 CMP슬러리(연마재)·반도체 봉지재·금형 청소제까지 반도체·LCD 제조공정에 들어가는 거의 대부분의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3000억원에 육박, 후방산업이 취약한 국내 실정에서는 보기 드물게 튼실한 업체로 성장했다. 장기적으로 미국 듀폰·독일 머크처럼 100년가는 전자 소재 전문기업이 되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1967년 동진화학공업사로 시작한 동진쎄미켐의 시작은 ‘조용’했다. 196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포재를 개발, 이듬해 특허를 취득하고 1976년 인천공장을 준공하면서 소재 업체로 첫발을 뗐다. 이후 세계적으로 발포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화공단에 제2공장을 건설했다. 같은 해 인도네시아에도 공장을 설립, 연 3만톤에 이르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전 세계 발포재 시장의 3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효자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의 동진쎄미켐을 있게 해 준 초석을 발포재가 마련한 셈이다.

 발포재가 사업 초석을 다졌다면 반도체용 감광액은 이 회사의 성장기와 함께했다. 1990년 국내에서 처음,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감광액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부평·발안에 각각 감광액 공장을 건설하면서 매출과 사세가 급격히 성장했다. 현재 동진쎄미켐 매출의 60% 안팎을 감광액에서 올릴 정도다.

 이처럼 한국 소자산업 발전과 함께 발전을 거듭한 동진쎄미켐이 최근에는 녹색산업 태동과 함께 또 한번의 변혁을 맞이하고 있다. 태양전지용 전극 페이스트를 국산화하는가 하면, 창사이래 처음으로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라는 ‘완제품’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태양전지용 전극 페이스트는 태양전지 셀에서 발생한 전자를 외부 회로로 흐르게 해 전류가 발생하게 한다. 은 및 알루미늄 페이스트 등의 소재를 사용해 셀의 전후면에 형성한다. 시장조사기관인 포톤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태양전지용 전극 페이스트 시장은 총 5151억원 수준으로 오는 2014년이면 3조6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전극 페이스트 시장은 듀폰·페로 등 해외 업체가 양분하고 있다. 국산 태양전지 셀 업체들도 듀폰이나 페로의 제품을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셀 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킨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동진쎄미켐은 2013년까지 전체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준혁 사장은 “현재 국내외 태양전지 셀 업체에 시제품을 공급해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내년께 이 분야에서 본격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차세대 태양전지로 꼽히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DSSC)도 이 회사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제품이다. 기존 결정형 태양전지 대비 제조원가가 저렴하다. 한창 양산 기술 개발 중으로 장차 와트피크(Wp)당 1달러 이하로 생산하는 게 목표다. 또 폴리실리콘이 전혀 사용되지 않아 원자재 가격 폭등 우려도 없다. 특히 건물 외벽에 태양전지를 부착, 가정용 전기를 공급해주는 ‘건자재일체형태양전지(BIPV)’ 생산에도 훨씬 유리하다. DSSC의 최대 약점인 내구성 문제만 해결하면 향후 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내년까지 관련 기술개발에 매진한 뒤 이르면 2011년 모듈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준혁 사장은 “DSSC의 기초 원료는 동진쎄미켐이 창업 초기부터 생산해왔던 화학염료”라며 “원재료 경쟁력이 충분한만큼 조기에 양산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